국내 반도체 장비 및 재료시장이 소자업체들의 잇따른 가격인하 압력과 외산 제품의 저가공세로 국산 제품의 시장점유율 하락과 함께 심한 가격몸살을 앓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반도체 장비 및 재료시장은 올들어 본격화된 소자업체들의 설비투자 감축과 원가절감 노력에 따른 수요위축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본 등 외국 업체들이 외상 또는 저가 형태로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해 국내 장비 및 재료업체들이 수요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더욱이 최근 반도체 경기 하강으로 소자업체들이 국내 장비 및 재료업체들에 가격인하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는 데다 축소된 시장을 둘러싼 국내 업체간의 과당경쟁 사태까지 겹치면서 국산 반도체 장비 및 재료 가격은 생산비를 밑도는 수준으로까지 급락하고 있다.
국내 Y장비업체 J 사장은 『최근 실시된 한 국내 소자업체의 장비발주 과정에서 수요자측의 가격인하 압력과 국내 업체들간의 과당경쟁으로 제품단가가 수출 가격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까지 떨어져 아예 입찰 자체를 포기해 버렸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국내 장비업체들은 최근의 반도체 장비 가격폭락이 국내 업체간의 과당경쟁도 한 원인이지만 그보다는 장비 수요자인 소자업체측이 저가격 공급을 미끼로 이같은 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데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
국내 K재료업체 L사장도 『재료 분야의 경우 장비와는 달리 제품생산을 위한 초기 설비투자비 자체가 워낙 많이 들어 공장 가동률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어 최근의 제품단가가 최저 생산비를 밑도는 상황인데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계속 생산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국내 소자업체들의 과도한 가격인하 압력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일본 등 외산 제품과 치열한 시장경쟁을 벌여오던 핵심 재료의 경우 최근의 엔화 환율하락을 틈타 일본 업체들이 제품 공급가격의 대폭적인 인하는 물론 외상 공세까지 해오고 있어 국산 재료의 시장점유율은 현재 급락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각종 악재들이 겹치면서 국내 장비 및 재료업체의 공장 가동률 및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하 수준으로까지 떨어졌으며 차세대 장비·재료의 개발 및 생산을 위한 재투자비 회수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국내 반도체 인프라산업의 전체적인 경쟁력 상실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장비 및 재료업체들은 『현재의 난맥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이익보다는 국내 전체 반도체산업의 인프라 구축과 외국 업체들의 재료 무기화에 대비한 장기적인 안목에서 실제 칼자루를 쥔 소자업체가 국내 중소업체들을 동반자로 인식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주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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