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창간16주년] 포스트 IMF과제-일반부품

 반도체를 포함한 부품산업은 우리나라 산업의 근간인 전자·정보통신산업의 하부구조다. 안정된 부품산업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건전한 세트산업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건 상식이다. 때문에 전자·정보통신산업이 흔들리면 곧바로 전자산업의 풀뿌리라고 할 수 있는 부품산업은 고사위기를 맞게 된다. IMF 이후 국내 전자·정보통신 분야의 세트업체들이 추진중인 구조조정 작업은 궁극적으로 부품업체에 더욱 혹독한 구조조정을 강요하고 있다. 반도체 소자산업의 경우 2위와 3위 업체의 합병이 추진되고 있고 이는 연쇄적으로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산업의 구조개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 부품업체가 겪어야 하는 시련은 더욱 혹심하다. 특정업체에 종속된 사업구조를 가진 중소 부품업체들의 경우 몸집 줄이기 작업은 기본이고 동시에 다각적인 치열한 생존전략 마련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IMF체제로 접어든 이후 국내 인쇄회로기판(PCB)업체들은 극심한 내수부진과 국제 가격경쟁력 약화로 내수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일본·대만·중국 업체들은 첨단 PCB 개발 및 생산설비 구축에 본격 나서고 있는 반면 국내 PCB업체들은 미래에 대비한 기술 개발이나 투자에 선뜻 나서기도 어려워 IMF체제에서 벗어날 경우 세계 PCB 시장에서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불리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국내 PCB업체들이 IMF사태를 극복하고 오는 2000년 세계 시장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굳히려면 △기술개발 및 설비투자 △업종 전문화 △수출중심적 사업구조 개편 △핵심 원부자재의 개발 △세트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외국자본의 유치 등 다각적인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국내 PCB업체들은 향후 세계 PCB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첨단 PCB(BGA, 빌드업, CSP, 연·경성PCB) 개발 및 이를 생산하기 위한 설비투자에 보다 과감하게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LG전자·이수전자·심텍 등 일부 업체들은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국제경쟁력을 갖추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특히 중복투자로 업계 전체가 고통받고 있는 다층PCB(MLB)의 경우 업체들마다 제품을 특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너도나도 일반 MLB에 매달릴 경우 국내 업체끼리 제살깎기 경쟁밖에 벌일 수 없기 때문에 제품특화가 절실하다. 최근들어 대덕산업·코리아써키트·청주전자·서광전자 등이 차세대 정보통신기기 및 위성관련 기기용 MLB로 제품을 특화, 해외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은 국내 MLB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일부 선발업체를 중심으로 전체 매출 비중의 80% 이상을 직수출로 채우고 있는 것도 대다수 국내 PCB업체들에는 벤치마킹의 대상이다. 협소한 내수시장에 의존하기보다는 과감한 해외시장 개척 노력으로 활로를 확보하는 것이 IMF 극복은 물론 향후 사세를 확장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병행, 두산전자·일진소재산업 등 소재업체들도 첨단 PCB용 핵심소재 개발에 적극 나서 국산 PCB산업 경쟁력 강화에 일조를 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두산전자가 구 코오롱전자를 특수 PCB용 원판공장으로 특화해 나가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콘덴서업계는 IMF 이후 허리 조르기에 나서 명예퇴직·무급휴가 등을 실시,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용절감책에도 불구하고 콘덴서업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저부가가치 품목 중 하나로 공급과잉 현상을 빚고 있는 마일러콘덴서업계에 대대적인 구조조정 열풍이 휘몰아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그동안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버텨온 중소규모의 마일러콘덴서업체들은 이자부담 가중과 물량감소로 사업철수를 선언하는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부품 중 가장 수요가 많으면서도 단가는 제일 싼 저항기는 대만산 제품의 득세로 직수출을 통한 해외시장 개척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IMF사태를 맞아 세트의 수출부진과 내수시장 침체로 인해 사면초가에 직면해 있다. 올해 최악일 때는 월 물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40% 이하로 감소할 정도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으며 세트업체의 단가인하 압력도 드세져 저항기업계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따라서 저항기업체들은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인하가 최선이라고 보고 설비개선과 생산량 확대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다국적 기업의 주도 속에 일부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약진하는 형태를 보여왔던 국내 커넥터 시장은 IMF라는 악재가 등장하면서 몇 가지 변화들을 몰고 왔다.

 우선 IMF 이후 오히려 다국적 기업들이 내수시장 위축으로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내수시장 침체를 수출시장에서 만회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다국적 기업들은 현지시장 외에는 마케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내수시장 침체는 이들에게 심각한 경영위기를 안겨주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내수시장 부진을 수출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를 만들어줘 수출시장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

 KMW와 우영 등은 외국 마케팅업체와 공동으로 수출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등 IMF가 결과적으로 국내 기업들에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춰 나가도록 만들고 있다.

 백화점식 제품생산에서 탈피, 한 분야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거나 고부가가치 위주로 제품 개발을 추진하는 것도 IMF 이후의 변화된 모습이다.

〈부품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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