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시스템과 레이저 디스크로 잘 알려진 일본 파이어니어가 최근 「2005비전」을 발표함과 동시에 지난 30년간 정들었던 회사 로고와 작별하고 오는 10월부터는 새로운 로고와 함께 제2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파이어니어가 옛날부터 대대로 물려가며 사용해온 로고를 뜯어고치게 된 배경에는 기업풍토를 바꿔야할 정도의 대변혁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강한 위기의식이 경영진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파이어니어의 이토 가네오(伊藤周男) 사장도 『이번 변신은 좋은 제품만 만들면 잘 팔릴 것이라는 과거의 기술편향적 사고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사원 의식과 기업풍토를 고객 중심으로 돌려놓기 위한 필요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파이어니어는 지난 30년간 타사에 앞서 첨단기술을 도입해 홈오디오 및 자동차용 스테레오, 업소용 가라오케 등의 잇따른 히트에 힘입어 상승세를 구가했다. 특히 레이저디스크방식 가라오케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한 파이어니어는 때마침 불어온 가라오케 붐을 타고 지난 91년 3월 결산(90년4월∼91년3월)에서는 사상 최대의 경상이익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사실 업소용 가라오케의 대히트로 사상 최대의 경상이익을 기록한 91년만해도 파이어니어에는 「좋은 제품만 만들어내면 팔리게 되어 있다」는 사고방식이 만연해 「고객」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업소용 가라오케가 94년 이후 전화회선을 사용한 통신방식으로 바뀌면서 이 시장에서 자리잡고 있던 파이어니어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다.
파이어니어는 뒤늦게나마 엔화강세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3년간 공장의 해외이전을 실시해 해외생산 비율을 종전의 10%에서 50%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96년에는 창업이래 최대 규모의 인원 감축을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96년과 97년 3월 결산에서 경상적자를 기록하는 부진을 보인 파이어니어는 이같은 일련의 구조조정작업과 엔화약세에 힘입어 지난 3월 결산에서는 51억엔의 경상흑자를 기록했다.
흑자는 냈다고 하지만 실적내용을 살펴보면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실제로 이익을 낸 것은 전체 매출액의 약 45%를 차지하는 자동차용 스테레오와 카내비게이션으로 대표되는 자동차 전장품 분야뿐이고 홈오디오 및 업소용 가라오케 등 나머지 사업은 모두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태다.
파이어니어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이토 사장은 97년 2월 「히트상품 개발 프로젝트」라는 사장직속 기획팀을 발족했다. 신기술개발에 얽매이지 않고 종전의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서 고객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히트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파이어니어가 최근 들어서야 도입한 이같은 전략은 다른 가전업체들에게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창업때부터 줄곧 전형적인 기술개발 지향형 기업을 추구해온 파이어니어에게는 상당한 변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프로젝트가 만들어낸 첫번째 작품은 휴대형 콤팩트디스크(CD) 재생장치인 「루프 마스터」다. 이 제품은 시판 6개월만에 출하대수가 6만대를 넘어 이 분야에서는 제법 히트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이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하시모토 팀장은 『그동안 기술과 생산분야에 주력해온 파이어니어가 처음으로 고객취향에 맞춘 제품을 시판한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이어니어는 실적이 최악이었던 95년과 96년도를 포함해 최근 20년 동안 연구개발비를 한번도 삭감한 적이 없다. 실제 92년도에 2백65억엔이었던 연구개발비는 해마다 늘어나 95년도에는 2백98억엔, 98년에는 3백10억엔으로 확대됐다.
파이어니어가 이처럼 부진한 가운데에서도 연구개발비의 삭감을 고려하지 않았던 이유는 「연구개발을 게을리한다는 것은 이미 파이어니어이기를 포기한 것과 같다」는 마쓰모토 회장의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파이어니어는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와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등 신규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파이어니어는 레이저디스크 사업을 통해 축적한 광관련 기술의 노하우를 살려 DVD관련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면서 지난해에는 1백60억엔의 매출액을 올렸다. 올해에는 이 분야에서 3백20억엔을, 2000년에는 1천억엔의 매출액 달성을 장담하고 있다.
또 2000년 이후를 내다보고 투자하고 있는 PDP분야에서는 최근 50인치 모니터를 내놓는 등 시장개척에 분주한 모습이다.
파이어니어는 최근 발표한 「2005비전」에서 DVD와 PDP 분야를 집중 육성해 지난 3월 결산(97년 4월∼98년 3월)에서 기록한 5천5백98억엔의 매출액을 오는 2005년에는 1조2천억엔 규모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제2창업을 선언한 파이어니어가 펼쳐 나갈 미래가 자못 궁금해진다.
<주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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