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장비 시장전망 "제각각"

 올들어 전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이 사상 최악의 불황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관련 단체 및 기관들의 향후 시장 전망 자료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오락가락하고 있어 관련업계에 혼란을 주고 있다.

 지난 15일 대만에서 개최된 산업전략심포지엄(ISS) 행사에서 데이터퀘스트측 한 관계자는 올해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은 3백16억달러 규모로 추정되며 내년에는 이보다 약간 상승한 3백30억달러 규모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같은 데이터퀘스트의 전망 수치는 세계 반도체장비 및 재료협회(SEMI)측이 바로 몇주전에 발표한 올해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 전망치(1백97억달러)와 무려 1백19억달러나 차이가 난다.

 또한 지난 7월 개최된 세미콘웨스트 행사에서 SEMI측은 현재 겪고 있는 세계 장비 시장의 불황 여파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이러한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의 최저점은 올해가 아닌 내년이 될 수도 있다는 예상을 내놓은 바 있다.

 더욱이 VLSI리서치와 모건스탠리 등과 같은 다른 시장 조사기관들도 일찌감치 올해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은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던 당초 기대와 달리 한국 및 일본시장의 대대적인 설비투자 축소로 전년대비 최저 3.4%에서 최고 14% 가량 줄어들고 이같은 하락 추세는 오는 200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시장 조사기관들이 향후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을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과 반대로 데이터퀘스트만 유독 이를 낙관적으로 예상한 데 대해 대부분의 반도체업계 전문가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은 전년대비 20% 이상 감소한 2백억달러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라 말하며 『따라서 만약 데이터퀘스트의 주장대로 내년 반도체 장비 시장이 3백30억달러 규모에 이른다면 이는 전년대비 50% 이상의 초고속 성장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라며 다소 황당해했다.

 더욱이 데이터퀘스트가 전망 자료를 발표한 ISS는 SEMI 주최로 주요 반도체 생산 국가를 순회하며 열리는 이 분야의 권위있는 행사라는 점에서 데이터퀘스트의 이번 발표를 단순한 계산 착오로 인한 일회성 해프닝 정도로 취급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특히 ISS 행사는 오는 10월 국내에서도 개최될 예정이어서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에 대한 데이터퀘스트측의 낙관적인 전망이 이 때까지 계속 유지될 지와 이러한 주장의 근거가 과연 무엇인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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