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가 최종적으로 제시한 새방송법(안)의 「위성방송사업자」 개념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법에서 규정한 위성방송사업자가 단순히 위성 네트워킹사업자(NO)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위성플랫폼사업까지 포함하는 것인지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또한 대기업과 외국자본이 국내 위성방송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지 아니면 봉쇄된 것인지 파악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루퍼트 머독이 국내 위성방송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지 혼란스럽다는 지적이다.
아주 단순한 문제인 것 같지만 위성방송사업자의 개념 정의에 따라 사업자 구도가 변화하기 때문에 위성방송사업자의 개념을 놓고 이같은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통상 위성방송사업은 위성체를 소유 또는 임차 관리하는 위성NO, 가입자 관리·채널 패키지 구성·마케팅을 담당하는 위성플랫폼 사업자, 위성방송용 프로그램을 제작 및 공급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위성PP)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여기서 위성NO와 위성플랫폼 사업자를 일반적으로 폭넓은 의미에서 위성방송사업자로 정의할 수 있는데 국민회의 방송법은 위성NO사업자와 위성플랫폼 사업자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 위성방송 사업자를 케이블TV사업자 처럼 위성NO, 위성플랫폼, 위성PP의 3분할 체제로 정의한 것이 아니라 위성방송사업자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위성PP)로 구분하고 있다. 위성플랫폼 부분은 빠져 있다. 따라서 DSM이나 한국통신 등 위성방송사업을 준비중인 업체들이 위성방송사업자로 허가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법에 명문화되어 있지 않은 위성플랫폼 업체를 별도로 설립해야 하는지가 관심사항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회의의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 혼란스러울게 전혀 없다는 것이다.
국민회의 방송법(안)은 위성방송사업을 「인공위성의 무선설비를 소유 또는 임차하여 무선국을 관리 운영하며 제1호 다목의 방송을 행하는 사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제1호 다목의 방송」이란 인공위성의 무선국을 이용해 방송프로그램을 기획·제작 또는 편성해 이를 공중에게 송신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법에서 규정한 위성방송사업자는 굳이 위성체를 소유할 필요가 없으며 방송 프로그램을 기획·제작 또는 편성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의 위성 플랫폼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성방송사업자는 케이블 SO(종합유선방송국)와 마찬가지로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허가받은 위성방송사업자가 가입자관리·마케팅 등 업무를 전담할 위성플랫폼사업자를 상법상의 회사로 별도로 설립해 위탁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규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보통신부나 문화관광부 역시 위성방송사업자의 개념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위성방송사업자는 일본의 위성 플랫폼 사업자가 아니라 미국의 디렉TV와 마찬가지로 위성을 소유 또는 임차하면서 채널 운영·가입자 관리·마케팅 관리까지 가능한 플랫폼 사업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국내 위성방송사업자는 NO·PP·SO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위성방송 사업자가 마케팅을 상법상의 플랫폼 사업자에게 위탁할 경우 결과적으로 위성사업이 케이블TV와 마찬가지로 3분할 사업자 구도로 갈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정부와 국민회의의 해석 대로라면 데이콤과 머독의 국내 위성방송사업 진출은 물론 가능하다. 국민회의 법안은 국내 대기업과 외국자본의 위성방송사업 참여를 금지하고 있지만 데이콤은 국내법상 대기업으로 분류되지 않고 있어 위성방송사업자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데이콤이 직접 위성방송사업자 허가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주무부처인 문화부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만약 데이콤의 지분이 LG나 동양 등 30대 기업으로 넘어가면 대기업 제한 규정 때문에 위성방송사업자로 허가받을 수는 없으며 데이콤이 출자한 DSM이나 별도의 위성방송사업자 역시 대기업의 계열사로 분류되기 때문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봉쇄된다는 게 관계당국의 설명이다.
따라서 현재의 데이콤 지분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데이콤 또는 「데이콤의 위성을 임차하는 별도의 사업자」가 일단 위성방송사업자로 허가를 받고 위성방송사업자가 머독이 지분 출자한 DSM에 마케팅 부문을 위탁할 수 있는 것이다. 머독은 위성방송사업에 지분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국민회의 방송법의 맹점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법에 명시되지 않은 위성플랫폼 사업자가 위성방송사업자보다 우월적인 지위에 놓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따라서 향후 출범하는 방송위원회가 플랫폼 사업자의 지위와 권한을 분명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장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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