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을 창업하는 것은 사법시험·행정고시 등과 같은 「사업시험」에 응시하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시험과목은 인사·재무·마케팅·기술(생산)·경영자 자질 등이고 응시자격은 개인이건 법인이건 상관없다. 다만 시험시간의 제약이 없고 얼마든지 커닝(벤치마킹)을 할 수 있으며 과목별로 전문가나 사업시험 합격자인 선배에게 물어보면서 시험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일반시험과 다를 뿐이다.
어찌보면 세상에 이보다 쉬운 시험도 없다.
그러나 응시생 중 90% 이상은 낙방한다. 그들 대다수는 과목낙제(과락)로 실패한다. 많은 응시생들이 언제·어디서·무엇을·어떻게·왜·누구에게(6하 원칙) 물어봐야 할지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물어보는 방법만 알려고 해도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사람은 거의 대부분이 기술(생산)만 공부한 사람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5과목 중 한 과목인 기술만 공부해가지고 사업시험에 응시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과락으로 사업시험에 실패하는 사람이 90%가 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사업시험은 어느 한 과목도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기업경영은 종합예술이라는 말이 있듯이 특정 분야만 잘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특히 벤처기업은 경영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경영자는 경영에 필요한 인사·자금·판매·생산·자재·정보 등 다방면의 능력을 요구한다. 이 가운데 한 분야만 취약해도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성공한 벤처기업인들을 보자. 그들도 처음에는 대부분 기술자였지만 지금은 전문경영인 이상으로 경영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벤처기업을 창업한 기술자나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 중에서 성공한 벤처기업인처럼 기술력 이상으로 경영능력을 갖출 수 있는 벤처기업인이 몇 명이나 될까. 10% 미만이다. 자연히 나머지 90%는 실패하고 마는 것이다. 벤처기업제도를 그냥 이대로 놔두면 이같은 실패비율은 지속될 것이다.
벤처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방법은 간단하다. 앞에서 얘기한 과락만 없애면 된다. 현재의 벤처기업인이 부족한 인사·재무·마케팅·경영자 자질 등에서 과락이 나오지 않도록 보충해주면 된다. 이를 위해 우선 힘은 들겠지만 벤처기업인이 고시공부하는 것처럼 인사·재무·마케팅·경영자 자질 등을 밤새워 배우는 방법이 있다.
다음으로는 인사·재무·마케팅·경영자 자질을 갖춘 전문경영인과 함께 법인자격으로 사업시험에 응시하는 것이다. 합격할 확률은 틀림없이 높을 것이다. 단지 일정한 규칙(모델)만 누군가가 정해주면 된다.
IMF시대에서 엄청난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 이 중 벤처기업을 할 수 있는 기술자 출신 실업자는 몇 명이나 될까. 수많은 고급경영자 출신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 그런데 벤처기업은 기술자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돼 있다. 심지어 공과대학 교수나 연구원들이 벤처기업을 창업한다면 창업자금 지원 등 혜택이 많다.
그런데도 많은 벤처기업인이 실패하고 만다. 이유는 과목낙제를 했기 때문이다.
사무직 출신 경력자에게도 벤처기업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와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들은 기술엔 약할지 몰라도 재무·마케팅·경영자질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강하다. 또 기술은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이것이 결국 사무직 출신 실업자 문제 해결과 벤처라는 사업시험에 합격할 확률을 휠씬 높여주는 비결이다.
〈벤처트라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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