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고율 덤핑 마진율 판정 충격

 미 상무부가 최근 한국산 D램 제품의 덤핑 제소에 대한 제4차 연례재심 최종 판정에서 현대전자·LG반도체 등에 전례가 없는 고율의 덤핑 마진율을 내린 것은 매우 충격적이다. 특히 이같은 높은 덤핑 마진율 판정은 한국 업체들이 그동안 3년 연속 0.5% 미만의 미소마진 판정을 받아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사실상 무혐의 판정이 내릴 것이라는 우리의 기대를 완전히 뒤엎는 것이어서 충격은 더욱 크다.

 이같은 판정은 앞으로 한국산 D램 제품의 대미수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됨은 물론 우리나라 대표적인 수출산업인 반도체산업의 대외신인도 유지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더욱이 이번 판정이 여러 가지 점에서 정도를 벗어난 편법적인 조치라는 분석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는 만큼 정부당국은 물론 관련업체들도 이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가려내는 데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이번 판정에서 적법성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3년 연속 실시한 덤핑 마진율 조사결과를 도외시하고 또다시 4차 연례재심까지 실시한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한국산 D램의 덤핑 마진율 계산방식의 오류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그냥 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한국 이외의 제3국에서 제3자가 미국으로 수출한 제품까지 한국 업체의 덤핑물량으로 대상에 포함시킨 현행의 덤핑 마진율 조사방식은 근본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으로 국내 업체들은 이미 지난 3월 미 상무부에 이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한 바 있다. 또 미 상무부측에서는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D램 제품에 대해 각각 고율의 덤핑 마진율을 내린 것은 제조원가를 계산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상 오류임을 비공식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따라서 미 상무부는 덤핑혐의에 대한 추가조사 과정에서 이같은 오류들을 시정하고 최종 판결에 이를 반영해야 함에도 이를 외면했다는 것은 문제다.

 이 때문에 미 상무부는 LG반도체에 대해 9.28%의 극히 높은 덤핑 마진율 판정을 내렸으면서도 직수출 물량에 대해서는 무혐의를 인정하는 대신 제3국의 무역업체가 미주지역에 수출한 물량에 대해서는 덤핑률을 적용하는 등 파행적인 법적용을 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또 LG반도체로서는 고율의 덤핑 판정을 받았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반덤핑 관세의 납부의무는 면제받는 대단히 이례적이고 기형적인 조치가 내려졌다. 이같은 조치는 미국의 반덤핑법 적용사상 전례가 없는 편법으로 한·미 양국 정상적인 통상관계 유지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이번 판정에 특별히 관심을 갖는 또다른 이유는 이번 판정의 결과가 EU전자부품협회가 지난 7월 EU 집행위측에 제소해 놓고 있는 한국산 반도체의 덤핑혐의 판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EU측 전자업체들이 일본·미국·대만산 제품을 제외한 채 한국산 D램 반도체만을 덤핑혐의로 제소한 것 자체부터가 차별적인 조치로 못마땅한 일로 여기고 있지만 유럽의 덤핑제소 주도업체로 알려진 지멘스사 등의 제소를 위한 사전 자료조사 작업에 미국의 반도체업체가 적극 협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미국 업체는 IMF사태 이후 IMF 자금의 한국 반도체업체에 대한 지원을 반대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의구심을 더욱 짙게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현재로선 한국 반도체업체들의 덤핑혐의가 없다고 해도 다시 덤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반덤핑 관세는 계속 부과돼야 한다」는 미 상무부의 애매모호한 태도가 EU나 제3자측에 더이상 통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관련업체들은 이번 판정에 불복, 국제무역재판소에 미국 상무부를 제소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산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부당한 고율의 덤핑 예비판정은 한국 반도체산업에 대한 외국 기업들의 적대적 분위기 확산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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