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협회(회장 박권상)는 최근 국민회의가 확정한 통합방송법(안)이 방송사의 자율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편성의 자율성 보장 △방송위원회와 시청자위원회간 업무 중복해소 △방송발전자금의 조성비율 인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건의문을 작성, 관계 요로에 전달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처럼 방송협회가 방송법에 관한 논의가 거의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서 나름대로 의견을 제시한 것은 새방송법이 통과되면 현재보다 방송제작 및 경영환경이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방송협회는 이번 건의문에서 그동안 방송법 제정논의가 방송위원회의 구성방식이나 공익성 제고방안 마련에 집중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방송사의 입장을 소홀하게 취급했다며 통합방송법이 방송사의 자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가경제의 위기와 방송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초래되는 방송사의 경영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며 방송의 문화적인 측면과 산업적인 측면이 방송법에서 균형있게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이번 건의문에서 방송협회는 편성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방송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국민회의 방송법(안)은 「주시청시간대에는 특정분야의 방송프로그램이 편중되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편성의 자율을 보장하는 법정신에 어긋나는 것으로 이미 미국도 주시청시간대 편성규제(프라임타임 액세스 룰)를 지난 96년 폐지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극영화·만화영화의 국내 프로그램 편성 비율 역시 프로그램의 질과 수급상황을 고려해 방송사들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연간방송」이라는 단서조항을 둬 편성비율을 규제하는 것은 편성의 계절적인 특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프로그램에 대한 방송위원회의 수입추천 역시 사전심의를 지양하는 법정신과 상치되는 점을 감안해 방송협회가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외주제작 프로그램의 편성비율은 외주제작사의 제작여건이나 방송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감안,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제작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상파 방송사업자에게 부담하고 있는 「비상업적인 공익광고의 편성비율 의무화」 조항을 완화, 방송위원회 권고사항이나 방송사의 자율로 정할 수 있도록 해 각종 이익집단의 압력을 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청자위원회의 권한과 직무 역시 방송위원회와 중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회의(안)은 「시청자위원회가 방송사업자의 자체 심의규정 및 방송프로그램 내용에 관해 의견제시 또는 시정을 요구하고 시청자평가원을 선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위원회가 프로그램에 대한 사후 심의권을 가지고 있으며 프로그램이 공익 또는 법정신에 어긋날 경우 제재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시청자위원회가 시정요구권을 갖는 것은 권한의 중복이며 자칫 방송위원회와 시청자위원회간에 갈등을 초래할 소지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시청자위원회의 시정요구를 의견제시로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프로그램 보관소의 설립과 공동운영 역시 방송사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로그램 보관소는 외국의 경우도 성공사례가 거의 없으며 프로그램 보관관리를 위한 또 하나의 불필요한 기관만 만들 가능성이 있으므로 관련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프로그램 보관문제는 방송사의 자율에 맡기는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방송발전자금도 합리적으로 조성되고 운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방송사의 경영사정을 감안해 현재 1백분의 5로 되어 있는 발전자금 조성비율을 1백분의 3 이하로 낮추고 방송발전자금을 방송의 디지털화 등 방송신기술 개발 및 지원사업에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장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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