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무협비디오 시리즈물은 국내 안방관객들에게 가벼운 소일거리의 대명사로 여겨져왔다. 업계관계자들은 『홍콩 무협비디오가 일반 비디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여가격(5백∼1천원)을 형성하고 있는데다, 보통 10편이 1개 시리즈로 묶여 있는 등 기존의 만화방 무협지를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최근의 시장동향에 비출 때 그다지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다』고 판단하는 등 그 시장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 홍콩 무협시리즈를 출시하는 회사는 시네콤(대표 안욱찬)과 우일영상(대표 김인식) 정도. 과거 DNS·서진프로덕션 등 적지 않은 수의 홍콩 무협시리즈 수입제작사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다. 현재는 시네콤이 유일한 전문회사로 남아 있고, 다른 비디오제작사들의 단발성 출시가 있을 뿐이다.
시네콤은 홍콩 무협비디오시리즈 전문수입판매회사로, 매월 1개 시리즈 이상을 출시하고 있다. 이 회사는 그동안 홍콩 ATV, 대만 CTV, 중국 CCTV와 판권계약을 맺고 「칠협오의」 「정무문」 「강호풍운」 등의 TV시리즈용 무협물을 국내 지상파TV 방송국에 공급해왔다. 특히 95년 9월 비디오로 출시한 「정무문」(13편)은 총 9천세트가 판매(시네콤측 주장)되는 등 크게 성공한 사례도 있다. 시네콤의 한 관계자는 『최근 「표협」(97년 6월), 「설화신검」(97년 11월) 등이 4천세트가 판매되는 등 무협시리즈물의 통상적인 흥행타율은 3할』이라며 무협시리즈물시장이 아직 건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총 10편짜리 무협시리즈물의 수입가격이 평균 10만달러이고 1개당 평균 판매가격이 1만4천원인 점을 감안할 때, 판매량 1천세트 정도가 손익분기점을 이룬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콩 TBB로부터 무협시리즈물을 수입하고 있는 우일영상측의 분석은 정반대다. 이 회사 관계자는 『홍콩 무협시리즈물의 손익분기점을 판매량 7백∼8백세트로 보고 있는데, 최근 출시한 작품들의 판매량이 2백∼5백세트에 그치는 등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유관사인 세음미디어가 작년말 출시했던 18편짜리 「천룡팔부」가 약 2천세트 판매돼 성공사례로 기록됐지만, 이후에는 5백세트를 넘어선 작품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도패천하」(10편)가 5백세트 판매에 머물렀고, 이달 출시한 「원진협」(10편)도 3백50세트만을 출고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협비디오 시리즈는 줄거리의 복잡한 파생,많은 등장인물 등의 특징으로 말미암아 마니아들의 중독성이 높은 상품이지만,그만큼 관객 폭이 좁다는 이야기도 된다』고 말했으나 상품가치에 대한 판단은 내리지 않는 신중함을 보였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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