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눈물속에 피어난 꽃

 국내 반도체산업은 눈물 속에서 피어난 꽃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삼성그룹의 이병철 회장은 70년대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반도체사업에 참여하는 단안을 내리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 눈물의 의미는 다름아닌 외로움이었다. 당시 세계반도체산업은 미국·유럽·일본이 주도했으며 우리나라는 보잘 것 없었다. 엄청난 시설투자를 요하는 반도체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삼성그룹 전체가 패망의 길을 걸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주위에서도 모두가 반도체사업 참여를 만류했다고 한다. 주위의 반대를 뿌리치고 엄청난 일을 객지에서 홀로 결정해야 하는 경영자의 외로움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후 삼성은 64kD램을 개발, 80년대 초 이를 양산하면서 반도체 가격이 배추 한포기 값 이하로 폭락해 한때 위기감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2백56kD램의 성공으로 반도체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이어 현대와 LG도 이 사업에 참여, 현재 세계 메모리 분야에서 삼성이 1위, 현대가 3위, LG가 6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우리는 메모리반도체에 관한 한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다.

 그러한 메모리반도체 사업이 새 정부 들어 과잉이니 중복투자니 하며 사업구조조정의 핵으로 떠올라 최근에는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합병하기로 가닥을 잡고 있다. LG와 현대는 반도체 가격 폭락으로 상반기에 엄청난 규모의 적자를 보아 웬만하면 사업을 넘겨줄 수도 있으련만 사정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이 발표된 이후 현대와 LG는 서로가 반도체사업을 잘하고 있는 것처럼 「소나기식 보도자료」를 내놓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여러가지 면에서 따져봤을 때 양사를 통합하는 것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보다 상황이 더 좋아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양사는 현재 정부의 방침에 따라 통합이라는 목표를 향해 떠밀려가고 있다. 이제 또 한차례 국내 반도체산업은 최고경영자의 눈물을 요구하고 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