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드 히치콕의 스릴러 영화 「이창(Rear window)」은 주인공이 망원경을 통해 건너편 아파트를 훔쳐보는 데서부터 사건이 시작된다. 이 영화에서처럼 훔쳐보기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라는 것이 최근 소니의 캠코더 소동에서 다시 한번 보여지고 있다.
지난 3월 소니는 밤에 아이들이 자고 있는 장면이나 야행성 동물을 촬영하기 위해 어두운 곳에서도 촬영이 가능한 캠코더인 핸디캠(Handycam)을 출시했다.
이 캠코더는 빛이 전혀 없는 0룩스 상태에서도 10피트(약 3m) 이내에서 다양한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적외선 발산기인 「나이트 샷(Night Shot)」을 내장했으며 옵션으로 제공되는 「HVL-IRH」를 탑재할 경우 완전히 빛이 없는 상태에서 100피트 거리에서도 촬영할 수 있었다.
이 캠코더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일본의 주요 잡지들이 이 캠코더가 주간이나 빛이 있는 장소에서는 옷속을 투과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특집보도를 내면서부터다.
이에 놀란 소니는 즉각 자사 기술자를 통해 이 캠코더를 실험했다. 실험 결과 소니는 자사 캠코더에서 예상치 못한 기능을 발견하게 됐다고 인정하는 한편 앞으로 출시되는 캠코더에는 이 같은 기능을 제거, 어두운 곳에서만 나이트 샷이 작동하도록 기능을 변경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소니의 수습책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말까지 전세계적으로 87만여대가 팔려나간 이 캠코더에 대한 논란의 불씨는 아직도 꺼지지 않고 있다.
지난주 말레이시아 정부는 소니가 자국에 판매한 1천여대 가량의 이 캠코더가 도덕적·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이를 모두 수거하라고 소니에 요구했다. 또한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이 캠코더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리콜을 요구하고 있는 등 소니의 캠코더는 앞으로도 새로운 논란을 일으킬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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