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미 준페어 KM뮤직 음반사업부 해외음반기획 담당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일본문화 개방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음반·비디오 등의 문화상품 중에서 특히 한국 음반산업에 미칠 일본의 영향은 다른 상품들에 비해 더욱 깊고 포괄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한국과 일본간 음반산업 교류를 앞둔 시점에 양국 음반업계에서 모두 종사해본 경험(소니뮤직재팬 20년 근무)을 바탕으로 한국 음반산업계 질서와는 다른 일본 음반산업계의 특징 몇가지를 소개한다.
우선 일본은 음반 제작·복제·배포를 위한 저작권 이용허락(미케니컬 라이선스) 로열티가 싸다는 강점이 있다. 현재 일본의 음반사들은 관련 로열티로 음반의 일반 소비자가격에서 재킷 제작비용(소매가의 10∼15%)을 뺀 가격의 11∼16%를 지불하는 한편 악곡 사용료로 해당 가격의 6%를 내고 있다.
다른 문화상품에 비해 로열티가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에 활발한 상품개발이 이루어져 레퍼토리가 풍부하다.
또 일본에서는 음반에 대해 가수에게 곡당 15엔을 기본으로 지불하는 인세제도가 정착돼 음반사의 이윤이 되고 있다.
이처럼 음반 발매·배포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일본의 음반사들은 로열티 수익을 재투자해 새로운 상품과 음악분야를 꾸준히 개척, 내수를 확대하고 고용을 촉진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음반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음반 통신판매사」들의 다양한 상품개발도 음악 소비자 확산에 일조하는 중요한 요소다.
음반 통신판매사들은 클래식에서부터 팝뮤직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르에 대한 상품개발을 통해 10∼50장 단위의 특판물을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한국에서 일반화해 있는 매니저 개인의 능력에 의한 신인 발굴 및 육성은 일본에서는 이미 70년대에 사라진 유물이다. 일본의 음반사들은 수익 재투자 차원의 신인 발굴책으로 「오디션 시스템」이 정착돼 보다 넓고 다양한 방면에서 인재를 발굴하고 있다. 그 결과 오디션 출신 아티스트들은 일본의 권위있는 대중음악 차트지인 「오리지널 컨피던스 차트」 베스트20의 70∼80%를 점령하고 있다.
일본 음악 프로덕션들의 활동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프로덕션은 60년대 후반부터 감각에 의존하던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소속가수들의 권리를 양도받아 음반사로부터 음반 로열티와 악곡 사용료를 거둬들임은 물론, 소속가수를 이용한 다양한 상품개발로 사진·일러스트·캐릭터 사용료 수입까지 올릴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일본 음반산업의 성공은 「음악저작물에 대한 권리존중→현실적 운용→음악저작권에 대한 의식향상」의 과정을 토대로 SP시대부터 소매점 중심으로 안정화돼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현대적인 유통체계(가격정찰제)에 힘입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직 한국에서는 음악저작물 사용에 대한 보상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유통질서, 특히 소매점마다 음반가격이 천차만별인 점도 정당한 로열티 책정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느낌이다.
일본 음반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됐던 몇가지 특징들에 대한 면밀한 고찰과 접목을 통해 한국 음반산업계가 성공의 지름길로 들어서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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