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문화와 산업

 옛날 중국의 어느 나라에서 왕의 총애를 받던 시동이 왕에게 올라갈 음식을 먼저 맛보는 데 대해 주위에서 나무라자 왕이 『나를 생각해서 목숨을 아끼지 않고 독이 있나 없나 알아보려 한 것』이라고 오히려 칭찬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중에 그 시동이 나이가 들면서 눈에 거슬리게 되자 과거의 일까지 거꾸로 들추며 「불경죄」로 다스렸다는 얘기가 있다. 똑같은 행위에 대한 해석이 관점에 따라 극과 극으로 달라진 것이다.

 얼마 전 한 케이블TV 관련 토론회에서 정부 관계자가 업계 관계자들과 말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케이블TV 업체들을 「장사꾼」이라고 표현, 참석했던 업계 관계자들이 발끈했다고 한다.

 이 정부 관계자는 『케이블TV를 산업으로 본다는 측면에서 「허물없이」 말하려 한 것일 뿐 다른 뜻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케이블TV업계 관계자들은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라며 화를 풀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탈한 표현」 정도로 봐줄 수 있었을 법한데도 케이블TV업계 관계자들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우선 중계유선과의 통합 문제가 적극 거론되고 있는 상황인데다 특히 케이블TV 전송망사업자(NO)와 중계유선사업자의 관할부처 주무국장에 대한 경계심 내지는 피해의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심 「언론사」를 「업자」취급한다는 불만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TV를 비롯한 방송은 양면성이 있다.

 전파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정보통신부의 관장을 받고 있고 매체로서는 문화관광부의 관장을 받고 있다.

 문화매체이자 산업이라는 속성을 모두 갖고 있는 것이다.

 정통부가 케이블TV의 「산업」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고 문화부도 「문화산업」이란 표현을 자주 쓰기는 하지만 양 부처가 말하는 「산업」이란 단어의 뉘앙스는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생각의 출발점이 달라서 그럴 게다.

 빈사지경에 처한 케이블TV산업을 살리는 것은 절박한 과제이자 이것저것 체면을 가릴 형편이 아닌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의 상당 부분이 정책실패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 매체라는 복잡한 산업으로서의 속성도 십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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