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커넥터업계 지각 변동

 지난달 자동차부품 및 공업소재 종합업체인 미국의 얼라이드 시그널사가 세계 최대의 커넥터업체인 AMP사를 1백억달러의 자금을 가지고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섰다.

 또 얼마 전에는 세계 3위의 프랑스 FCI사가 세계 4위인 미국 버그전자를 대주주들이 보유한 주식매입 형태로 인수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히는 등 세계적인 커넥터업체간의 합종연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세계적인 커넥터 전문 컨설팅기관인 플렉리서치는 2000년에 가면 세계 커넥터 시장은 상위기업 2, 3개사만이 남고 나머지는 소규모 전문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분석자료를 내놓았다.

 세계적인 커넥터업체들간의 M&A가 가속화되면서 국내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은 그동안 다국적 기업들이 자사의 전략적 제품을 확대하는 형태로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시장에서 첨예하게 대립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FCI가 버그전자를 인수함으로써 국내 시장은 종전까지 다국적 기업과 국내 기업간의 경쟁에서 이제는 전방위 형태의 경쟁체제로 접어들어 적자생존의 치열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번 FCI의 버그전자 인수는 세계 커넥터업계 시장질서를 새롭게 짜는 계기를 만들 것으로 보고 있으며 얼라이드 시그널이 AMP를 적대적 M&A형태로 인수하려는 것은 AMP의 성장에 장애로 등장할 공산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FCI는 세계 최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통신 및 컴퓨터 시장 참여와 미국 시장공략이라는 숙제를 버그전자를 인수함으로써 일순간에 해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반면 버그전자는 미국 시장 의존도가 절반이 넘으며 FCI가 하지 못하고 있는 통신과 컴퓨터 시장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번에 FCI는 버그전자를 인수함으로써 만년 2위인 몰렉스를 제치고 2위를 확보해 선두탈환의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AMP를 적대적으로 인수하려는 얼라이드 시그널은 우선 비커넥터업체로서 새로운 판도변화가 일고 있는 커넥터 시장에서의 적응여부가 불투명하며 세계 60여개 현지법인 중 상당수가 적대적 M&A를 반대하고 있어 향후 사업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최근 AMP에서는 얼라이드 시그널의 적대적 매수제안을 반대하기로 결정했지만 얼라이드 시그널은 계속 강행한다는 방침이어서 결과여부를 떠나 AMP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AMP의 관계자들은 본사의 M&A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시장상황인데 여기에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은 적대적 M&A라는 방식으로 기업인수가 이뤄지고 있어 AMP에 대한 신뢰감이 크게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 다국적 기업끼리 자사 전략제품 위주로 사업을 해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자사에 대한 이미지 하락 및 FCI와 버그전자의 통합으로 우호관계가 깨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FCI코리아와 한국버그전자는 이번 기회에 국내 시장에서 AMP와 몰렉스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세계 커넥터 시장은 AMP의 독주에 몰렉스와 FCI·버그전자·암페놀·히로세·3M·JAE 등이 근소한 차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시장판도는 FCI가 버그전자를 인수함으로써 판을 새롭게 짜고 있으며 그러한 여파는 국내 시장에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양봉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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