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10개월째를 맞은 해태전자의 회생방안을 놓고 채권금융단의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적으로 해태전자를 살리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최근 해태전자가 우리나라 음향기기 생산의 14%, 내수의 20%를 점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디오 전체 수출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수출지향기업이라며 금융감독위원회와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에 해태전자의 회생을 위한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
산자부는 또 해태전자가 작년말 부도 이후 인원 및 사업장을 대폭 감축하고 비수익사업에서 과감히 철수하는 자구노력을 추진중이며 이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해 해태전자가 건실한 기업으로 회생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도 해태전자의 세계적인 해외 브랜드인 셔우드 오디오가 산자부 및 KOTRA가 선정한 「세계 일류화 지정상품」으로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이 브랜드로 출시한 디지털 시어터 시스템(DTS)방식의 AV리시버앰프(모델명 R-945)는 미국 소비자잡지인 포퓰러 사이언스로부터 세계 1백대 신제품으로 선정될 정도로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세계 해외무역관에 전달했다.
KOTRA는 『 해태전자의 퇴출조치로 우리나라 오디오 수출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며 『해태전자의 전 종업원들이 경영정상화와 수출확대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해외 마케팅을 적극 지원하고 해태전자가 제품을 계속 생산하고 있음을 주지시켜 줄 것』을 당부했다.
이처럼 정부부처 및 관련기관이 퇴출기업의 회생노력을 측면지원하고 나선 것은 지금처럼 수출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연간 3억달러 이상을 수출할 수 있는 수출전문기업을 살리는 것이 국익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부처 및 관련기관의 이번 조치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대출금의 출자전환을 통해 해태전자의 회생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채권금융단의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해태전자 살리기 운동엔 국내뿐 아니라 해외 바이어들까지 발벗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해태전자에 따르면 일본과 미국의 대형 바이어인 켄우드와 하먼카든은 매달 30만~50만달러 상당을 선수금으로 지급하는가 하면 원자재를 직접 구입해 외상으로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는 세계 1백여개국에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오디오 수출전문기업인 해태전자가 그간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쌓아온 신뢰 덕분이라는 게 해태전자측의 설명이다.
해태전자측은 『최근 켄우드.데논 등 해외 바이어들이 금융거래만 정상화되면 주문량을 계속 확대할 뜻을 공식적으로 밝혀왔다』며 『따라서 출자전환만 이뤄지면 내년부터 당장 3억달러 이상의 수출실적을 거둬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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