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작기계사업 육성책 시급

공작기계 산업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지만 막상 공작기계 수주액이 전년 동기 대비 60%나 감소했다는 보도는 암담함을 느끼게 한다. IMF에 따른 특수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산업생산의 선행지표인 공작기계의 수주액이 급감하면서 취약한 공작기계 업체들의 경영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하니 자칫하면 우리 경제의 기반마저 붕괴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최근 공작기계 관련업체 및 협회가 잠정집계한 대우중공업.화천기계.현대정공.기아중공업.두산기계.통일중공업.삼성항공 등 공작기계 7대 업체의 7월 말 현재 누계 수주액이 총 1천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0%나 감소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수주 물량의 20% 정도가 중고장비여서 공작기계 산업계의 불황국면이 생각보다 더욱 심각한 것 같다.

 특히 전년 동기 대비 46%와 51%가 각각 감소한 기아중공업과 대우중공업이 그나마 나은 편이고 나머지 업체들은 61%에서 70%까지 수주가 줄었다고 한다. IMF체제에 접어들면서 주수요처인 자동차 및 조선업계의 설비투자가 위축되는 등 특수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이대로 공작기계 산업이 몰락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물론 한가닥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수는 부진한 반면 수출은 호전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공작기계협회가 밝힌 국내 공작기계 업체의 상반기 수출금액은 총 2억4천6백61만 달러로 전년 대비 69.9%가 늘어났다. 특히 범용절삭기계는 전년 동기 대비 1백36.4%가 늘어난 4천8백28만 달러를, NC절삭기계는 93.1%가 늘어난 1억5천6백89만 달러를 수출했다. 얼어붙을대로 얼어붙은 내수시장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모든 공작기계 업체가 수출 드라이브를 걸었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서 숨통이 조금 트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수출이 다소 늘었다고 해서 빈사상태에 빠진 공작기계 산업이 회생하고 전망이 밝아진 것은 결코 아니다. 공작기계 산업의 호.불황을 가늠하는 지표인 생산실적이 수출호전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보다 18.9%가 줄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특히 선반.밀링기계.연삭기계.방전가공기 등 범용절삭기계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40.4%, NC선반.NC밀링.머시닝센터.NC방전가공기 등 NC절삭기계는 9.4%가 줄었다.

 수출이 전년보다 대폭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근간이 되는 내수시장이 급격히 위축돼 전체 생산량은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내수시장 위축현상은 곧바로 자금력 및 해외 마케팅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도산으로 이어져 지난 반세기 동안 줄곧 선반만 제작해온 지방의 N선반을 필두로 N사.N기공.J정기 등 10여개 중견업체가 쓰러졌다.

 중소 공작기계 업체가 이처럼 줄지어 도산한 것은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가격경쟁력 향상이라는 혜택을 누리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금력.기술력.해외 마케팅력이 취약해 독자적으로 수출시장 개척에 나서지 못했던 이들 중소 공작기계 업체는 대기업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물량에 의존했으며 대기업 OEM물량이 줄어들자 결국 도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공작기계 업계의 불황이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공작기계 대국인 일본도 전반적인 내수시장 침체로 지난 5월의 공작기계 수주액이 전년보다 16.2% 줄어든 8백47억6천8백만엔에 그치는 등 4개월 연속 전년 동월보다 수주액이 떨어졌다. 특히 지난 5월에는 93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내수 수주금액이 전년 동기보다 30% 이상 하락했을 정도다.

 공작기계 산업은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인 산업이다. 따라서 관련업계는 경영이 어려울수록 손실발생 원인을 철저히 분석한 후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등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 국제경쟁력을 제고시켜야 한다. 아울러 정부도 산업기반의 붕괴를 막고 기업이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좀더 적극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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