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시장이 IMF한파로 인한 수요위축으로 극심한 침체현상을 겪고 있다. 이미 보급률이 1백%에 달해 매년 9~10% 가량의 수요감소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올해는 대체수요마저 사라지면서 올 상반기에는 전년대비 30% 가량의 시장규모가 축소됐다.
특히 이같은 수요감소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세탁기의 성수기인 하반기시장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오히려 하반기에는 수요가 더욱 줄어 상반기보다도 큰 폭의 수요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따라 세탁기시장규모도 지난해 1백20만대에서 올해는 70~80만대 규모로 전년대비 무려 4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체별로는 LG전자와 대우전자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올초 세탁기사업부를 전자레인지사업부와 통합한 이후로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점유율이 다소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용량대별 수요를 보면 11kg 이상의 초대용량 제품의 비중이 지난해 6.7%에서 올해는 9% 정도로 늘어났고 주력인 9~10kg급 제품은 지난해 60.7%에서 올해는 63%로 늘어나 IMF에도 불구하고 대형 및 초대형 세탁기가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따라 가전업체들은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에 대응키 위해 용량은 대형이면서도 거품을 제거해 가격을 낮춘 제품개발 및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전3사가 모두 올해들어 10kg급을 중심으로 복잡한 부가기능을 없애고 필수적인 기본기능만을 살려 가격을 20~30% 가량 낮춘 IMF형 제품을 속속 출시한데 이어 신제품 개발에서도 설계단계에서부터 제조원가를 줄여 가격을 낮추는 대신 기본성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발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이같은 가전3사의 전략은 최근 속속 출시하고 있는 99년형 신제품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출시된 가전3사의 99년형 세탁기는 새로운 기능을 부가하기보다는 세탁력과 에너지절감효과를 높이고 디자인을 새롭게 하는데 중점을 두고 개발됐다.
삼성전자는 치솟는 물살의 세기를 강화하고 다단 폭포물살 및 세탁조 중앙에서 뿜어져 나오는 8개의 입체물살을 추가함으로써 세탁력과 엉킴방지력을 20% 향상시킨 「수중강타」를 출시했다.
LG전자도 3단계 통돌이 세탁방식을 채택해 옷감의 종류나 양에 맞춰 물흐름 및 물살세기를 조절해 비벼 빨고, 흔들어 빨고, 풀어 헹궈주는 단계를 거치게 함으로써 세탁성능과 엉킴방지력을 각각 12%와 22% 향상시킨 「통돌이 세탁기Ⅲ」를 내놓았다.
대우전자 역시 공기방울 발생량을 2배 이상 증가시키고 3곳에서 분출되는 강스파이크 물살로 세탁효과를 27% 향상시킨 「강스파이크」를 출시했다.
이들 업체가 모두 세탁력 향상에 중점을 두면서 제품명에도 강한 느낌을 주도록 「강」자를 많이 사용했다는 것은 상당히 재미있는 현상이다. 또한 환경적인 측면 및 에너지절감을 위해 물과 전기 및 세제사용량 등을 줄인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디자인의 차별화도 올해 출시된 세탁기에서 나타난 두드러진 현상중의 하나다. 삼성전자는 독특하게 뚜껑부분을 원형의 투명창으로 설계했고 LG전자는 세탁조의 균형을 잡아주는 「2중 오토밸런싱 시스템」을 채용해 세탁조가 한쪽으로 치우쳐 발생하는 소음을 없애고 세탁뚜껑을 2중 특수 강화플라스틱으로 제작했다.
이와같은 기본기능강화 및 환경친화적 제품으로의 전환외에도 그동안 과다한 신제품 경쟁을 벌여온 가전업체들이 앞으로는 신제품 출시경쟁을 자체, 제품의 라이프싸이클을 연장함으로써 투자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것도 IMF한파가 가져다준 새로운 현상이다.
한편 국내 시장이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가전업체들은 올해 들어 세탁기 사업을 내수위주에서 탈피, 수출중심형을 전환하는데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초 대우전자가 국내영업을 한국신용유통으로 이관해버린데 이어 삼성전자, LG전자도 국내영업본부를 계속 축소하고 수출확대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대우전자는 국내 영업 한국신용유통으로 이관하고 수출에만 주력, 차별화된 제품으로 지역별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간다는 전략으로 「T-30」모델 등 수출전용의 혁신적인 원가개선 모델을 개발해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별 특성에 맞는 디자인 및 기능 옵션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전자동세탁기 및 대용량 이조식 세탁기 판매 증대를 위해 멕시코, CIS, 대만 등 전략시장을 집중공략, 수출단위 물량의 대형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대형 신규시장 개척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우전자는 이같은 노력을 통해 올해 처음으로 멕시코 현지법인도 흑자기조로 전환하는데 성공하는 등 해외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LG전자도 성장가능성이 큰 지역을 우선 공략 시장으로 선정해 고객들의 요구를 신속하고 철저하게 파악해 그 국가에 맞는 최적의 마케팅 전략을 수립, 해당 시장에서의 매출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신시장 개척에도 주력, 봉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미주시장은 통돌이 세탁기로 우위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드럼세탁기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유럽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경쟁력을 갖춘 드럼세탁기를 개발, 차세대 주력제품으로 육성해 간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지난해까지 중국 소주공장 등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온데 이어 올해부터는 이미 세계 시장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전자레인지와 수출채널을 통합하는 등 수출비중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가전업체들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환율급등으로 수출경쟁력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주력해온 국내 시장이 극심한 침체현상을 겪으면서 수출로 눈을 돌리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시장도 내수시장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몰아닥친 IMF한파로 올해는 전년대비 10~15% 정도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가전사들의 주수출 대상국이었던 동남아 시장이 IMF한파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데다 황금어장으로 떠오르던 러시아도 최근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등 수출전선에도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또한 IMF한파로 가전업체들의 해외투자에 심한 제약을 받고 있는데다 기존 해외공장에 대해서도 구조조정을 단행해야하는 상황이 되면서 그동안 세계화를 기치로 활기를 띠었던 해외진출에도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신규 해외공장의 경우 이제는 이미 공장을 건설했거나 시공에 나선 곳을 제외하고는 전면 중단한 상태이며 새로 진출하더라도 투자비를 최소화하는 방안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가동에 나선 소주공장에 대해 최근 순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구조조정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LG전자도 해외공장 및 판매법인 등에 대한 권역별 통합 등의 구조조정을 모색하고 있다.
결국 이같은 상황에서 한개의 제품이라도 더 수출을 해야만 하는 국내업계는 수출확대를 위한 새로운 수출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세계 세탁기 시장은 지역에 따라 세탁판방식 및 드럼방식과 봉방식 등 세가지 유형으로 크게 나뉘어진다. 시장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총 5천2백만대 수준.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세탁판방식(펄세이터)의 세탁기는 지난해 총 2천1백만대 시장을 형성, 국내 가전사들의 주요 수출품목이 돼왔다.
또한 유럽지역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드럼세탁기도 이와 비슷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근래들어 세탁판방식과 더불어 시장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올해들어 드럼세탁기를 개발, 유럽 및 동구, CIS, 중남미 지역을 대상으로 수출에 시동을 걸었고 대우전자도 드럼세탁기 개발에 나서는 등 국내 업체들이 세계 드럼세탁기 시장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밖에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한 봉세탁방식은 9백20만개 규모로 세탁판방식 및 드럼방식에 밀려 매년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제품이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인버터 제어방식의 모터를 사용해 소비전력과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인 인버터세탁기가 차세대 제품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국내 업체 가운데는 LG전자가 올초 「터보드럼 세탁기」를 출시하기는 했으나 아직은 가격이 너무 비싸 수요창출에 성공하지는 못하고 있는 단계다. 그러나 일본시장에서 올해 들어 인버터세탁기가 선풍적인 붐을 일으키면서 대부분의 일본 업체들이 인버터 세탁기를 출시하기 시작하면서 국내업체들에게도 커다란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터보드럼 세탁기」를 주력제품화한다는 전략으로 최근 「무료사용 선택구매제」를 실시한데 이어 가격을 대폭 인하하고 있으며 대우전자도 내년초 출시 예정으로 개발에 착수해 내년에는 국내 시장에도 인버터세탁기 바람이 불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도 나오고 있다.
<김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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