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삼성전자 통상팀은 정부와 공동으로 지난달 미 정부를 WTO(국제무역기구)에 제소하기 위해 숨가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미 정부가 삼성전자의 컬러 TV에 대해 무혐의 예비판정을 내렸으나 7개월이 지나도록 미 정부의 최종판정이 내려지지 않는데 따른 자구책이었던 것. 예비판정이 내려지기 이전인 지난해 7월에도 삼성전자는 정부와 공동으로 미 정부를 WTO에 제소했으나 예비판정 이후 올 1월 패널설치를 유보시킨 바 있다. 그러나 미국측에서 8월 중 최종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통보가 외교경로를 통해 전해지면서 삼성전자와 정부의 WTO제소 움직임은 일단 물밑으로 사라졌다. 대신 통상팀은 최종판정 일시가 언제며 그 결과는 예비판정 그대로 나올 것인가 아니면 번복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새벽잠을 설쳐야 했다. 관례적으로 미 상무부의 발표가 현지 시간으로 오후에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새벽에 그 결과를 통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정부를 상대로 덤핑으로 판정된 컬러TV를 반덩핌조사종결이라는 완승을 일구어낸 삼성전자 통상팀의 정충기 팀장은 이제부터 단잠을 잘 수 있게 됐다는 말로 그동안의 어려움을 표현했다.
『지난 15년 동안 컬러TV 덤핑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이번 미 상무부의 삼성전자 컬러TV에 대한 조사종결 결정이 우리나라 TV산업을 발전시키는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미국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맞서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았다는데 더 큰 보람을 느낍니다』.
사실 삼성전자는 84년 덤핑판정 이후 8차례에 걸친 연례재심을 통해 덤핑혐의가 없음을 입증했고 91년부터는 아예 미국으로의 직수출을 전면중단해 덤핑소지를 없애면서 본격적으로 법정싸움에 돌입했다.
『수출까지 중단하면서 12차례에 걸쳐 반덤핑 연례조사철회(리보케이션) 신청을 제출했지만 미 국제무역재판소 및 법원에 의해 번번히 기각됐습니다. 결국 이 방법으로는 않되겠다는 생각에 다른 방법을 찾았으며 연례재심과는 다른 행정재심인 「상황변화에 따른 재심(CCR)」청구를 하게 된 것입니다』. 정팀장은 이번 반덤핑규제 완전종결결정의 직접적인 원인을 연례재심이 아닌 CCR로 방향을 선회한데서 찾고 있다.
이에반해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덤핑판정을 받은 LG전자와 대우전자는 삼성전자의 정공밥과는 달리 91년 댜 미 직접 수출을 중단하고 덤핑판정 이후 5년이 지나면 재조사를 통해 산업피해가 없을 경우 반덤핑 조사를 종료시키는 「선셋 리뷰」에 참가하는 소극적인 전략을 채택함으로서 삼성전자는 미국 가전업체 및 정부를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정팀장은 이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역전승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당사자가 삼성전자였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돈을 덜들이고 쉽게 갈 수 있는 방법 보다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많은 시간과 투자가 뒤따르더라도 부당한 압력에 맞선다는 힘든 방법을 채택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랐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기에 통상압력에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기업과 정부의 의견이 일치되면서 WTO제소 등으로 발빠르게 대응했던 것도 이번 쾌거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는게 정팀장의 설명이다.
『지금 수출을 늘리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에 비례해 우리나라 수출 주요 대상국가인 미국이나 EU 등의 무역장벽도 높아가고 있습니다. 통상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없이는 국산 제품의 수출확대노력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거세질 외국의 통상압력에 대응할 수 있도록 통상전문가의 양성과 전문조직의 필요성을 강조한 정팀장은 『이번 미 상무부의 삼성전자 컬러 TV에 대한 반덤핑조사종결 결정이 통상외교의 중요성을 국내 기업들에게 다시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양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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