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亞 하이테크산업 "성공모델"

대만이 아시아 하이테크 산업의 모델로 성장하고 있다.

2천2백만의 인구를 가진 이 나라의 중소기업들이 모니터, 스캐너, 마우스 등의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노트북 컴퓨터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1/3에 달한다.

또 신속한 설계 변경이 가능한 주문생산에 의해 컴팩, 델, 히타치 등 해외 기업들의 저가 PC를 제조, 공급함으로써 세계 PC 시장에서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결과 대만은 현재 정보기술(IT) 제품 생산량에서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를 달리고 있다.

대만의 이같은 성공은 정부의 예외적이지만 실질적인 산업정책과 기업 신설을 촉진하는 금융 시스템,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공급받고 있는 고급 두뇌와 값싼 노동력, 그리고 신속하고도 유연한 제조 방식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이 표준을 제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 대만 기업들은 앞서 든 요인들의 결합을 통해 이를 신속히 수용해 다른 나라의 경쟁업체보다 신속하게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화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이고 있다.

이 때 대만 기업들은 단지 값싼 복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은 아니고 혁신적 가공 수완을 발휘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일례로 일본 도시바는 「리브레토 700」이란 서브 노트북을 개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았지만 대만 업체의 추격을 받게 됐다.

대만 주요 컴퓨터 업체인 에이서가 자칭 「리브레토 킬러」라고 부르는 강력한 경쟁 제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에이서의 서브 노트북은 도시바 제품에 비해 가격이 사면서도 성능은 오히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수요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대만 정보산업협회의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IT 산업은 매우 격동적인 사업이지만 이점이 오히려 대만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우수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관료적 풍토로 어던 결정을 내리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한국은 표준 제품의 대량 생산엔 익숙하지만 자유로운 기업가 정신이 부족한 반면, 대만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기업 활동의 여건이 조성돼 있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IT 산업에 신속하게 적응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보더라도 대만은 IT 산업을 국가 우선 순위로 삼고 있지만 기업들을 승자와 패자로 구별하지 않는다는 것. 그만큼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신, 대만 정부는 엔지니어 육성 등 기업을 위한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정부산하 연구소가 인터넷 상거래 기기 등 유망 상품 개발에 필요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이를 기업들에 판매하기도 하고 신죽 과학공원의 예에서 보듯 공장부지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도 한다.

대만반도체제조회사(TSMC)의 경우도 정부 연구소에서 분리돼 나와 성공한 기업의 하나다. 자체 상품을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칩 업체들을 상대로 그들이 원하는 칩을 주문받아 생산하는 「파운드리 서비스」 사업을 하는 이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파운드리임을 자랑한다. 실제로 이 회사는 지난해 15억달러 매출에 6억달러이상의 순익을 올렸다. 특히 주당 수익률은 30%로 미국의 인텔보다도 높다.

대만의 금융 시스템 또한 창업과 퇴출을 포함한 기업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은행이 보수적인 것은 대만도 예외는 아니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이 곳엔 수많은 벤처 투자가들이 있다. 때문에 하이테크 벤처 기업을 설립하는 것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스로 사장이 되길 원하는 야심찬 엔지니어들을 대만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점에 비춰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의 주요 기업에서 활동하던 수많은 우수두뇌들의 대만 귀환은 이 나라의 하이테크 산업을 지탱하는 또다른 힘이다.

자국에서 성공 가능성을 발견한 많은 인재들이 속속 귀환해 매니저나 투자가로 활동하면서 대만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IBM에서 근무하다 대만으로 돌아와 유맥스 데이터 시스템스의 사장이 된 T.Y. 유도 그들 가운데 하다다. 그가 사장이 된 후 유맥스는 PC 스캐너 기술 개선에 한층 노력한 결과, 지난해 33%의 점유율로 미국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서는 성과를 올렸다.

중국 본토의 값싼 노동력은 가격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IT 산업의 활로와 관련, 대만에 중요한 돌파구로 작용하고 있다.

유맥스의 경우 최근 마진폭이 줄어들면서 임금 수준이 대만이 1/10에 불과한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했으며 컴퓨터 모니터와 키보드 등 비교적 간단한 제품을 생산하는 많은 대만업체들도 유맥스와 같은 선택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 하이테크 산업의 경쟁력의 핵은 무엇보다 신속하고도 유연한 제조능력에 있다는 지적이다.

아이디어의 신속한 실현과 유연한 설계 변경을 통해 시장의 요구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는 생산방식의 확립으로 대만 기업들은 새로운 모델을 끊임없이 선보이고 있다.

비교적 규모가 큰 컴퓨터 업체인 마이텍 인터내셔널의 경우도 신기술 개발에 대한 열정으로 6개월마다 새로운 버전을 발표하고 있다.

이 회사의 프란시스 T, 차이 사장은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디자인, 새로운 아이디어의 신속한 실현」을 기업 활동의 3요소로 강조한다.

<오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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