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덤핑 족쇄 풀린 국산 TV 對美수출

그동안 한국산 TV의 대미 수출을 봉쇄했던 반덤핑 족쇄가 풀렸다.

미국 상무부가 최근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의 반덤핑 연례조사철회(리보케이션) 요구를 수용키로 최종 판정, 15년만에 삼성 컬러TV의 대미 직수출 길이 다시 열렸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미 상무부의 이같은 결정은 삼성전자가 요구한 상황변화에 따른 재심(CCR)결과 규제종결조건인 3년 연속 극소마진(0.5% 이하)조건을 충족시킨 데다 앞으로 덤핑 재개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그동안 내수 및 수출 부진으로 침체수렁에 빠져있던 국내 TV업계에 새로운 희망을 주는 청신호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번 삼성전자에 대한 반덤핑 규제 철회조치는 덤핑판정 이후 5년이 지나면 재조사를 통해 산업피해가 없을 경우 반덤핑 조사를 종료시키는 「선셋 리뷰」에 참가할 것으로 보이는 LG전자와 대우전자 등에게도 유리한 영향을 미쳐 선셋리뷰가 종결되는 내년부터는 국산 컬러TV의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게 분명하다.

이에 따라 그동안 반덤핑 덫에 걸려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 수출을 전면 중단해 왔던 국내 가전업계는 오는 2000년 이후 세계 TV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 디지털TV, HDTV, 프로젝션TV, 평면TV 등 신제품의 수출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는 당장 내년부터 신규수요가 본격 창출될 미국의 디지털TV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국내업계가 아무리 가장 앞선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해도 국산 TV에 대한 반덤핑규제가 철회되지 않으면 대미 수출은 물건너 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TV업계가 공동으로 국산 TV에 대한 반덤핑규제에 적극 대응한 것도 바로 2000년대 푹발적인 신규수요가 예상되는 황금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국내 가전업계가 세계 최대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미국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음을 의미한다. 국내 가전업계의 최대 경쟁상대인 일본, 대만 업체들이 미국의 덤핑규제에 묶여 있으니 선점효과를 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이번 미국의 반덤핑규제 철회조치는 우리의 압박작전이 주효했다는 점에서 통상외교의 새장을 여는 쾌거로 받아들여도 좋을성 싶다. 지난 83년 미국 가전제조업체의 노동조합(유니온)으로부터 컬러TV 덤핑혐의로 제소돼 84년 덤핑판정을 받은 삼성전자는 실제로 지난 15년 3개월 동안 연례재심, 사법재심, 세계무역기구(WTO)제소 등을 통해 미 정부의 부당한 덤핑규제를 부각시켜 덤핑조사의 철회를 강력히 요구해 왔다. 특히 지난해 7월에는 국내 처음으로 미국을 WTO에 제소해 컬러TV문제를 양국간 통상외교의 현안으로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

미 정부가 스스로 반덤핑 족쇄를 풀어 무협의 판정을 한 것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통상외교 사상 극히 드문 사례로 부당한 덤핑규제에 수세적,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해온 우리 업계에 정공법으로 대응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또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최종 판정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안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언제 또 고삐를 죄어올지 모를 일이다. 선진국들이 쳐놓은 반덤핑덫에 걸려들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번 결정과는 상관없이 컬러TV는 물론 한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 제조업체들의 견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국내 가전업계의 지속적인 덤핑회피 노력은 물론 기업들 스스로 통상전문가의 양성 및 전문조직의 확충,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 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게 이번 과정을 지켜본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유비무환의 자세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어쨌든 이번 국산 컬러TV에 대한 미 정부의 반덤핑 철회조치가 국산 컬러TV 수출 확대로 연결돼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가전산업이 새 활로를 찾는 기폭제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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