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과물시장이던 용산에 들어선 첫 전자상가가 나진상가다. 용산상가의 부침의 흔적을 모두 담고 있는 이 상가가 IMF 이후 침체된 상가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상가 내부를 새롭게 단장하고 공동물류시스템을 확충하는 상가활성화에 한창이다.
나진상가가 지금의 자리에 들어선 것은 지난 87년. 88년 용산전자상가가 조성되기 1년 전이다. 용산전자상가에 세운상가의 내로라하는 업체들이 몰려오고 시간이 흐르자 컴퓨터, 가전, 오디오, 조명 등 상가별 성격이 부여되고 전문화하면서 가전전문상가, 컴퓨터, 부품전문상가 등이 생겨났다.
그러나 나진상가는 전문화바람 속에서도 특정업종에 치우치지 않고 도매가 이뤄지는 종합전자상가로 뿌리를 내렸다. 이 상가에는 가전제품과 컴퓨터는 물론 조명, 오디오에서부터 게임기, 공구에 이르기까지 취급하지 않는 품목이 거의 없다. 면적과 매장수에서도 용산전자상가내 최대다.
나진상가는 10여년의 역사 가운데 한동안 가장 확실한 도매상가로 인정받는 전성기를 구가하기도 했지만 현대화된 건물에 들어선 신흥상가들에 다소 밀린데다 전반적인 용산 경기 하락과 함께 상가를 찾는 고객의 수도 크게 줄어 최근 수년 동안 쇠퇴기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나진상가는 지난해부터 용산르네상스를 주창하며 용산의 중흥, 특히 나진상가의 중흥을 모색하고 있다. 새로운 전성기를 끌어내기 위한 나진의 노력은 IMF사태라는 악재가 겹친 올해 구체화하고 있다. 이 상가는 상가의 시설 개보수, 서비스 개선, 도매전문상가로서의 이미지 재정립에 나서고 있는데 최근 새로운 컴퓨터 상우회장을 맞으면서 이같은 사업들이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나진상가는 이미 관리회사인 나진산업측과 상가발전기금 출연에 관한 협의를 마쳤으며 상가측은 발전기금이 마련되자 이를 활용, 하반기부터 상가 이미지 및 서비스 개선에 착수했다. 지난 6월에는 나진상가 18동과 19동을 잇는 구름다리 내부를 말끔히 단장한 후 소파, 테이블 등 집기류와 냉방시설, 자판기, 현금지금기 등 편의시설을 모두 갖춰 고객상담공간 및 상인휴게실로 활용하고 있다.
서비스도 확충하고 있는데 그동안 소극적으로 운영해온 상가내 공동 애프터서비스센터를 전자월드로 이전해 확대 운영하는 한편 센터장을 하드웨어 전문가로 배치, 서비스 질을 높여나가기로 했다.
또 나진상가에 입주해 있는 매장들의 수익성 및 채산성을 높이고 상가 대외신뢰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작업으로 상가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물류 및 배송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택배전문업체와 제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현재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어 하반기 안에 실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나진상가는 고객유치를 위해 직영점인 전자월드에서 PC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정보처리학원 1, 2개월 무료 수강증을 3분기 중에 제공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또 나진상가를 출발해 서울역과 남영역 등을 순회하는 3대의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한편, 신문, 잡지 광고와 더불어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해 상가 알리기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고객의 쾌적한 구매를 위한 여건도 조성해나가고 있다. 입주상인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통해 청결한 매장, 친절한 매장 만들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또 나진전자월드와 전자월드 등으로 표기돼 있는 입간판을 통일해 10개 동이 하나의 상가라는 인식을 고객들에게 심어주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나진상가의 강점은 상우회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조직력이다. 10개동의 건물로 구성된 이 상가에는 6백여개 컴퓨터 관련매장과 3백개 가전매장, 2백개 음향기기매장, 1백30여개 조명매장, 1백여개 전기기자재 및 공구매장 등 1천5백개에 가까운 매장이 영업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나진상가에서 살 수 없는 전기, 전자제품은 없다. 업종마다 별도의 상우회가 구성돼 있는데 상가활성화에는 컴퓨터상우회와 가전상우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용산전자상가단지의 터줏대감이라고 불릴 만큼 오래된 운영노하우와 20여년에 걸쳐 쌓은 상가 전통, 또 입주상인간의 끈끈한 유대는 다른 상가에서 부러워할 정도다. 컴퓨터상우회나 가전상우회의 경우 상우회 회의에 사람들로 북적인다. 최근 열린 상가활성화 대책회의에는 1백% 참여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나진상가를 보는 인근상가 관계자들이 이 상가의 활성화 노력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도 이같은 입주상인들의 열의 때문이다.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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