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이래 최대의 국난이라는 IMF. 이는 전자상가도 그냥 두지 않는다. 전자상가 경기를 최악의 불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각종 상품들이 창고에 쌓이고 자금회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매장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도 뜸하다.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전자상가. 상우회를 중심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갖가지 활동이 활발하다. 서울 용산전자상가, 테크노마트, 국제전자센터, 부산의 한창전자타운, 가야컴퓨터상가, 대전 둔산전자타운 등 전국 주요 전자상가의 불황극복 전략을 점검해본다.
<편집자>
『고객이 크게 줄었다. 그래서 판매도 50% 이상 감소했다.』
용산을 비롯 각 지역 주요 전자상가 상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다. 90년대 중반들어 위축되기 시작한 전자경기가 IMF이후 급속히 악화돼 한마디로 「바닥을 헤메고 있다」는 말이다.
세운상가에서 시작된 국내 전자상가는 그동안 국내 전자유통의 한 축을 형성해 왔다. 전자랜드와 나진상가, 선인상가, 터미털상가가 포진한 용산전자상가, 지난해 문을 연 국제전자센터와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 전자상가 테크노마트, 부산의 한창전자타운, 가야컴퓨터상가, 대전의 둔산전자타운 등 전국 주요 대도시에 있는 집단 전자상가들은 한해에 5조 이상의 가전, 컴퓨터, 정보통신, 부품 등 전자관련 제품을 유통하고 있다.
값싸고 구하지 못할 것이 없는 곳으로 자리를 잡아온 이들 전자상가는 초기 가전시장으로 기반을 마련한 이후 컴퓨터, 게임, 정보통신에 이르는 전자환경 변화에 비교적 발빠른 행보를 보이며 적응해 왔다. 이처럼 안정된 입지를 다져 온 전자상가들도 IMF라는 국가적인 위기를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상당히 휘청거리고 있다. 예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매출로 지난 상반기에 소리없이 문을 닫은 업체들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용산전자상가를 찾는 사람은 한때 하루 10만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요즘에는 6만명도 안된다는 게 상가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방문고객들의 제품구매 감소율도 방문고객 수 감소비율 못지 않게 크다. 상가업체들의 절반 이상이 제품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매장운영비를 충당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주말이면 고객들로 들끓던 전자랜드의 경우 이제 주말이 돼도 상가가 허전하다고 느낄 만큼 찾는 고객의 발길이 뜸해졌다. 가전제품 판매로 월 1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던 S매장이 4천만~5천만원 매출올리기에 급급하고 PC와 주변기기 판매로 월 6천만~7천만원 매출은 너끈하던 나진상가 C매장도 3천만원선으로 매출이 절반 이상 떨어졌다. 이에 따라 종업원들을 내보내고 남편이 수급을 담당하고 부인이 매장을 지키는 부부운영매장이 늘어나는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각 지역 전자상가 매장에서 거의 비슷하다.
시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만 험한 시장에서 생존해 온 상인들의 저력은 녹녹하지 않다. 매장 스스로 자구책을 강구하면서 한편으로는 상우회를 중심으로 탄탄한 결속력을 과시하며 IMF한파에 대응하고 있다. 현재 상인들이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은 집객력을 높이는 것. 주말시장이나 벼룩시장을 통해 고객을 끌어들이고 이들 고객에게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수를 꾸준히 늘려 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집단상가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AS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확산되고 있다.
이미 소규모로 컴퓨터 AS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나진, 선인, 터미널상가 등이 3, Mbps분기 안에 서비스를 강화키로 하고 서비스 전담요원을 늘리거나 전문인력으로 교체하는 AS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또 강남지역을 공략하고 있는 국제전자센터도 컴퓨터관련 AS센터를 최근 설치해 운영에 들어갔으며 부산 가야상가도 오는 9월중 AS센터를 개설할 계획이다.
전자랜드의 경우 신관 지하 1층을 전문 AS공간으로 마련하고 가전, 컴퓨터제조업계의 AS센터를 유치하는 노력을 통해 AS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으며 테크노마트는 관리회사인 프라임개발에서 AS센터를 별도로 설치, 운영에 들어갔다.
구매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직접적인 활동은 각 상가마다 알뜰시장이나 주말벼룩시장, 토요시장 등의 이름으로 주말시장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기획상품이나 중고상품, 재고상품을 저가에 내놓고 홍보를 통해 고객을 끌어들이고도 있다. 이것이 활성화하면서 상가의 주말경기도 다소 살아나고 있다.
현재 주요 상가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구매를 위한 내방이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고객들이 상가에 찾아올 수 있게 할 수 있는 부대시설이나 행사가 없다는 것이다. 6개 상가가 몰려 있는 용산전자상가 단지의 경우 이같은 문제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점가진흥조합이 주관이 돼 우선 용산전자상가단지를 분명히 표시할 수 있는 게이트를 설치하고 노선버스를 확충하는 한편 단지와 주요 배후지역을 순회하는 셔틀버스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 6만명에 달하는 내방객이 대부분 주간에 몰리고 야간에는 2천명에도 못미치는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영업시간을 연장하고 야간노천극장이나 야외공연장 등 문화공간과 야시장을 개설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국제전자센터나 부산의 한창정보타운, 가야컴퓨터상가 등 단일건물로 이뤄진 상가들도 문화시설이나 컴퓨터교육장 등 부대시설을 확충해 집객력을 높이려는 계획을 실천하거나 수립해놓고 있다.
IMF사태로 인한 불황은 분명이 전자집단상가도 넘기에 「벅찬 벽」일 수 있다. 그러나 전국의 전자상가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결코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 이들은 단순히 「살아남는 모습」으로 비치기보다 불리한 상황을 타개해 나가는 진취적인 모습으로 비치기를 원한다.
눈물겨운 개별 매장 경영자들의 노력과 이들이 모인 상우회의 노력은 이제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놓고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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