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하인리히 헤르츠는 1888년 스파크방전실험을 통해 전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실증했다. 그는 전파도 빛과 마찬가지로 굴절, 반사, 회절한다는 것을 밝혀냈디. 1초에 전파가 몇번 진동하느냐를 나타내는 단위인 헤르츠(Hz)는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 후 1894년에는 이태리에서 마르코니가 무선 송, 수신기를 발명했으며 1901년에 이르러서는 대서양 횡단 무선통신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전파통신 공학은 발전을 거듭해 광범위한 주파수 대역을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1932년경, 미국의 벨 전화회사에서 무선통신을 연구하던 기술자들중에 잰스키라는 사람이 있었다. 당시 그는 지구상에서 자연발생적으로 포착되는 전파들을 관찰하고 있었는데, 그중에 근원이 모호한 전파잡음이 들렸다.
처음에 잰스키는 그 전파가 태양에서 날아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찌기 에디슨도 태양이 전파를 발생시킨다고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연구를 계속하면 할수록 그 전파의 근원지는 태양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는 천문학에도 조예가 깊었으므로 세심하게 관측을 계속한 결과 그 전파의 강도가 일정한 주기를 나타내고 있음을 밝혀냈고, 그 주기가 태양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았다. 전파가 날아오는 방향은 놀랍게도 은하계의 중심 쪽이었다.
그러나 이 일은 한동안 천문학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렌즈를 이용한 광학 망원경의 관측에 몰두해 있었고, 게다가 전파공학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잰스키의 은하전파 발견 이후 전파 천문학의 맥은 레버라는 미국인에 의해 간신히 명맥을 이어갔다. 아마추어 무선사였던 레버는 접시형 안테나를 스스로 만들어서 하늘의 전파를 꾸준히 관측했다. 그 결과 1942년에는 전파천문도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당시 그가 관측한 전파의 파장은 1백90cm였다.
그러나 2차 대전 때문에 레버의 전파천문도도 주목을 끌지 못했다. 통신 공학자나 천문학자들이 거의 다 전쟁에 동원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전파천문도는 50년대 중반에 이르도록 사실상 발전이 없었다.
다른 많은 과학기술 분야가 그랬듯이 2차 대전은 전파 천문학 분야에서도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1935년, 전파를 발사한 뒤 물체에 부딪쳐 돌아오는 반사파로 물체를 파악하는 기술인 레이다가 발명되었다. 레이다가 천문학에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발견된 것은 1942년 2월의 일로서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되었다. 영국의 레이다가 정체불명의 전파로 방해를 받았는데, 그 원인을 조사해 본 결과 태양 때문임이 판명된 것이다. 같은 해 6월에는 미국에서도 태양 전파를 발견했다. 그러나 당시는 전쟁중이어서 양쪽 다 그 발견을 군사기밀로 분류했다고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아마추어 무선사 레버가 1943년에 독자적으로 태양 전파를 발견하여 일반에 공표했다.
전쟁이 끝나자 레이다는 전파 천문학의 주요 수단이 되었다. 1945년에는 유성을 레이다로 포착하는데 성공하여 야간이 아닌 주간의 유성 관측도 가능해졌고, 1946년에는 달에 전파를 쏘아보내 그 반사파를 잡는 월면반사 실험도 행해졌다. 이 방법으로 달까지의 정확한 거리를 얻게 되었으며, 마찬가지로 금성, 수성 등도 레이다 관측이 실시되어 표면의 지형까지 알아내게 되었다.
이처럼 초창기의 전파 천문학은 레이다를 이용하는 방법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천체가 발사하는 전파를 직접 잡아내는 방식이 널리 확산되기에 이른다. 물론 이런 방식의 관측에는 거대한 전파 망원경이 필요했다. 전파 천문학의 시조격이었던 잰스키를 기념하는 뜻에서 오늘날 우주 전파의 강도를 나타내는 단위는 잰스키로 표시한다.
지난해 발표된 영화 「콘택트」는 전파 천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극적으로 다룬 것이다. 즉, 천체가 발사하는 자연발생적인 전파 뿐만 아니라 외계의 지적 생명체가 발사하는 전파를 포착하여 인류 역사의 신기원을 이룩하려는 시도를 묘사한 것이다.
<박상준 과학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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