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출연, 위탁기관 통폐합 방침을 밝힘에 따라 관련기관들간에 이를 위한 실무작업이 한창이다. 그러나 실제로 각 기관의 통폐합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최소한 4, 5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한데다 업무성격상 통합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아 진통이 예상된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7월 현재 15개에 이르는 산하기관을 9개로 통폐합하고 1개는 민영화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보문화센터 등 통합대상 기관들은 구체적인 실무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전산원 산하 부설기관으로 재탄생하는 정보문화센터는 다음달 1일까지 인력축소와 기구축소 방안에 대한 일정을 확정하고 전산원과 협의를 거쳐 통합인수위원회를 공식 발족시킬 계획이다. 정보문화센터로 업무와 인력이 이관되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사무국 역시 조만간 전산원과 인사규정 등을 협의하기로 했다.
멀티미디어컨텐트진흥센터, 컴퓨터프로그램보호회, 소프트웨어지원센터 등 3개 기관은 신설되는 「소프트웨어진흥원」에 통합된다. 이에 따라 3개 단체는 늦어도 다음달 중에는 설립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구체적인 실무작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통합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통합대상 기관들의 탄생배경이나 문화가 제각각이어서 효율성 제고나 시너지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지 않을까 벌써부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큰 문제는 인원감축. 정보문화센터의 경우 현재 인원에서 40%를 감축해야 할 형편이고 다른 단체들에서도 비공식적으로 인원감축안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인력감축 방안은 조직개편 문제와도 맞물려 있어 이른 시일에 결론짓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출연기관과 위탁기관 통폐합의 철학이 고비용 저효율구조를 혁신해 효율적인 업무추진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정 규모의 인력감축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사안이 빨리 마무리되지 못할 경우 상당기간 직원들의 동요와 업무 정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무는 정상적으로 하고 있지만 솔직히 일이 손에 안 잡히는 건 사실이죠. 몇 달 후에도 이 일을 내가 하고 있을지 아무도 보장할 수 없는 일 아닙니까.』
한 통합대상 기관 직원의 말이다. 심한 경우 업무보다는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도 있다.
각 기관 통합에 따른 업무분장과 권한도 민감한 문제다. 통합대상 기관들은 대부분 겉으로는 『정부의 방침이니 적극적으로 따를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기존 사업내용이나 조직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정보문화센터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사무국 등은 한국전산원 산하로 통합되기는 하지만 앞으로도 독립적인 운영을 한다는 계획이다. 소프트웨어진흥원으로 통합되는 3개 기관들도 중복되는 업무의 조정보다는 기존 사업유지와 자율성 확보에 무게중심을 두고 협의를 진행중이다.
각 기관이 업무의 독자성을 지키려고 하는 것은 기관들의 조직 이기주의에도 원인이 있지만 애초에 사업적 연관성이 없는 부분을 통합하려 하는 데 따른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사무국의 경우 교육 홍보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정보문화센터와 통합이 결정됐으나 실제 업무상으로는 중복되는 내용이 거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외에 기관의 세력 과시를 위해 갑자기 새로운 사업을 벌이거나 행사를 여는 경우도 있다. 기관마다 다른 문화와 업무스타일 때문에 불협화음을 우려하는 소리도 있다.
기관들의 합종연횡에는 어느 정도 시행착오가 따르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시행착오 과정 때문에 회원사나 관련업계가 피해를 입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관련, 한 단체의 회원은 『정부의 방침이 결정된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시급히 통폐합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각 단체가 기존 역할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이번 통폐합을 역할과 사업내용을 새롭게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윤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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