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응용기술에 "국가경쟁력" 달렸다

裴明振 숭실대학교 정보통신전자공학부 교수

오늘날 국가경제는 그 나라의 기술개발 수준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국가 기술개발 수준은 크게 기저기술력과 응용기술력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려면 기저기술력을 토대로 창의적인 응용기술 개발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구미 선진국들은 수백년을 내려온 그들 고유의 기저기술력을 바탕으로 응용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기저기술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응용기술 개발에 성공한 일부 기술선진국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 60년대부터 미국이 개발한 기저기술력을 바탕으로 응용기술을 개발, 우수한 상품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응용기술력으로 오늘날의 경제부국을 이루어 왔으며, 이제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저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위치에 이르렀다. 중국 역시 지난 90년대 초부터 이러한 응용기술력을 키우고 있는데, 세계의 어느 곳을 돌아보아도 「Made in China」를 단 상품들을 쉽게 만날 수 있음은 이를 입증하고 있다.

기저기술력이 부족하면 이러한 응용능력을 먼저 향상시키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저기술력이 부족한 나라는 기술선진국이 개발한 기저기술을 빌려와서라도 응용기술을 먼저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응용기술의 개발은 실제 상품에 기저기술을 접목하는 창의적인 상품개발 과정이므로, 이를 위해서는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 여러 응용분야를 다양하게 고려해 경쟁력 있는 상품 아이템을 실용화해 나가야만 한다.

우리나라는 기술개발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연구개발비나 기술개발 자금을 여러 분야에 오랫동안 지원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만족할 만한 기술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다음 몇가지 측면에서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점들이 내재하기 때문이다.

첫째로 기술인력을 원활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박사학위 소지자의 70% 이상이 대학에 배치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고급 기술인력을 산업의 응용기술 개발에 원활하게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대학을 통해 도출되는 지적재산권의 확보율이 1% 미만이라는 점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기술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루려면 첨단기술 개발력, 유능한 인력, 기술개발 자금 등이 조화를 잘 이루어야 하는데 이들 중에서 기술개발력과 기술인력은 대학교가 가장 바람직하게 제공해줄 수 있다. 따라서 대학이 국가기술력을 좌우하는 응용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둘째로 우리는 기술개발의 완성도를 외형적인 결과로만 파악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좋은 아이디어를 응용기술에 연결하고자 할 때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팀, 이를 상품화하는 팀, 상품을 판매하는 팀 등 실제의 상품이 완성되기까지 고유의 개별 전문영역이 다양하게 존재함을 이해해야만 한다. 영웅적인 한 사람이 상품의 설계에서부터 공장가동은 물론 마케팅 전략까지 완벽을 기해야만 성공한 기업가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외형에 치우친 사회풍조의 일면이다. 따라서 우리는 기술 아이템만 성공해도 그것을 제안한 팀은 성공했다는 것을 인정해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의 조성이 필요하다.

셋째는 우리 스스로가 기술 장인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응용기술에는 이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기술이 존재하게 마련이고 어느 하나가 부족해도 엉뚱한 결과가 나오게 된다. 따라서 요소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많은 기술자들이 보람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그 기술개발 결과에 대해 사장이나 기관장이 사례를 받기보다는 그 기술개발에 참여한 구성원 하나 하나에게 영광이 돌아가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만 한다.

넷째로 교육기관에서 기술자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이 너무나 획일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또한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대학을 졸업하려는 학생에게 진로를 물어보면 자신의 세부전공에 무관하게 거의 대부분이 대기업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다. 이것은 학과의 전공 특성이나 본인의 적성보다는 입학때부터 수능성적에 의존해 대학에 지원했기 때문이고, 또한 오늘날의 대학교육에서조차 지역이나 학과의 특성없이 획일적인 교과과정을 통해 교육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육환경에서 배출된 인력은 기술력보다 외형적인 인맥에만 의존하게 돼 대외경쟁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이들이 기업에 배치될 때는 막대한 비용이 소모되는 재교육을 요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국가의 기술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전폭적이고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하청구조적인 측면에서 그 육성책이 적용돼 왔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 중소기업은 납품처가 막혀 단번에 부도가 나게 된다. 이러한 어려움은 중소기업의 제품개발에서부터 판매전략까지 운영의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경제분위기 조성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국가 지원정책이 이루어져야만 해결이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가 국가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해 2000년대의 경제주도권을 확보하려면 응용기술력으로 경쟁력 있는 상품들을 먼저 개발하고, 이를 통해 자본력을 확보하면서 기저기술력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누구나 창의적인 상품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 조성과 함께 응용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정책 방향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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