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전자3사가 러시아의 채무지불유예사태로 촉발되고 있는 국제금융불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사상 유례없는 수해로 조만간 중국 위안화가 절하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온기운 박사는 중국의 위안화가 10% 평가절하되면 국내의 대중국 수출이 4.1% 감소하고 중국을 제외한 해외시장 수출도 1.44% 줄어들어 금액으로 20억달러의 손실을 초래할 것으로 분석하는 등 위안화 절하가 국내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가전3사의 고민은 위안화 절하에 수반되는 수출경쟁력 약화가 아닌 다른 데 있다.
동남아, 러시아에 이어 그나마 호조를 누리던 중남미시장도 최근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다 안정적이던 중국시장마저 위안화의 평가절하로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 위안화 절하시 발생하는 막대한 환차손이 그것이다.
전자3사는 세계 가전시장에서 국산과 중국산간에 뚜렷한 시장 차별화가 이루어져 위안화의 가치가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시장경쟁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3사의 대중국 거래규모는 연간 20억달러를 상회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데다 대부분의 거래가 현지법인이나 지사를 매개로 발생하고 있다. 중국정부의 시장보호정책으로 완제품 수출보다는 현지생산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에 3개, LG전자는 9개, 대우전자는 6개의 생산법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생산법인은 원자재나 부품을 대부분 국내업체들에서 달러로 구입해가고 있다.
또 국내업체들은 이들 생산법인들에 대부분 1백80일 정도의 신용으로 원자재나 부품을 공급해주고 있다. 생산법인들이 부품구매를 통해 완제품을 생산, 현지에서 판매해 대금을 회수하는 기간을 고려한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위안화가 평가절하되면 국내업체로부터 달러로 1백80일의 장기간 신용으로 원자재나 부품을 구입해가는 이들 생산법인은 절하된 폭만큼의 환차손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또한 중국의 현지법인들은 진출시기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공장건설 등에 소요된 부채를 상당히 안고 있으며 이 부채는 대부분 달러로 차용돼 있는 상태로 위안화가 평가절하될 경우 현지법인들의 부채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 현지법인이 입은 환차손이나 늘어난 부채는 대부분 모회사라 할 수 있는 국내업체들에 그 부담이 돌아오게 돼있다.
지난해말 원화 및 동남아 각국의 평가절하로 본사는 물론 동남아 현지법인들이 무더기로 막대한 환차손을 입고 부채비율까지 높아져 홍역을 앓고 있는 국내업체들로서는 러시아사태가 중남미나 유럽시장으로까지 파급되고 있는 와중에 마지막 보루인 중국마저 동일한 상황에 빠져들지 않을까 여간 걱정이 아니다.
3사는 궁여지책으로 현지 위안화를 최대한 차입해 달러표시 부채를 미리 갚거나 아예 위안화표시 부채로 전환하고 달러보유고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한편 현지법인들과 신용거래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등 비상대책에 나서고 있으나 러시아사태로 금융이 경색되고 있어 애를 태우는 실정이다.
전자3사는 올들어 한국과 동남아 각국의 환란에 이어 일본의 엔저,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 및 사태확산, 그리고 위안화 절하조짐에 이르기까지 단 하루도 편할 날 없는 그야말로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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