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지령 3000호 기념] 디지털미디어시대 양방향 신문

지난 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기자들이 취재수첩 대신 노트북컴퓨터로 기사를 작성, 그 자리에서 본사 데스크로 전송하는 모습이 큰 화제거리가 됐던 적이 있었다.

그때로부터 꼭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신문 및 방송 기자들의 취재환경도 크게 개선됐다. 우선 국내 신문사들은 90년대 중반부터 첨단 전산조판시스템(CTS)을 도입하는 한편 취재기자들에게도 노트북컴퓨터를 지급, 기사작성에서부터 신문 조판 및 인쇄에 이르기까지 신문제작의 모든 과정을 컴퓨터로 처리하고 있다.

KBS, MBC 등 방송국들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최첨단 방송 제작 및 송출 시스템은 물론 방송용 헬기와 SNG카메라 등 촬영장비를 갖춤에 따라 최근 「지리산 폭우」 등 예기치 못한 재난이 발생할 때에도 이를 안방에까지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신문 및 방송의 생명인 뉴스의 속보성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국내 미디어의 환경변화는 앞으로 더욱 빠른 속도로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최근 인터넷 및 PC통신의 활용이 급속하게 확대되면서 매스미디어, 그 중에서도 신문을 중심으로 한 인쇄미디어 환경에도 혁명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인터넷 신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전자신문사가 지난 96년 4월 기존의 종이로 된 신문(The Electronic Times) 이외에 본지 기사내용을 디지털 형태로 가공, 이를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는 「ETnews」를 서비스하는 것을 비롯해 모두 18개 인터넷 신문이 발간되어 네티즌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 신문의 인기는 우선 「인터넷 전자신문」의 하루평균 방문자 숫자가 40만명 선을 상회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잘 읽을 수 있다. 한국언론연구원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 종합 일간신문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주요 인터넷 신문들도 방문객 숫자가 최근 속속 50만명 선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인터넷 신문의 사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국내에서도 디지털 미디어가 인쇄미디어를 단순히 보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적인 또 하나의 미디어로 그 뿌리를 튼튼히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신문이 갖는 장점은 여러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우선 인터넷에서는 정보의 공급자가 동시에 수요자가 되기도 하는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을 갖는데 이는 기존의 전통적인 매스미디어가 일반적인 속성을 갖거나 정보 수용자들로부터 피드백이 있더라도 극히 제한적이었고 또 느렸다는 점과 비교하면 「혁명적인 변화」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자신문사의 인터넷 전자신문 「ETnews」의 운영을 맡고 있는 남일희 데이터베이스(DB)부 차장은 『하루평균 1백여통의 전자우편을 받는다』며 『전자신문사 편집국(70여명)으로 전달되는 전자우편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하루평균 1천여건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인터넷은 또 영상매체와 비교할 때 비동시성(Asynchronity)을 갖는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녹음이나 녹화를 하지 않은 이상 방송시간에만 보고 들을 수 있었던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와는 달리 인터넷은 시간적인 제약없이 원하는 정보를, 원하는 시간에 송수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터넷은 이밖에도 1대1 통신은 물론 1대 다수, 그리고 다수대 다수 통신이 모두 가능한 다차원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는 점도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전자우편을 통해 두사람이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고 또 전자게시판(BBS)에서는 한사람이 여러명에게 동시에 정보를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터넷 신문의 가공할 만한 위력이 최근 멀티미디어 환경에서 방송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축됐던 신문과 잡지 등 인쇄매체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인터넷 신문은 벌써 우리 생활 곳곳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의 홍보실 직원들은 그동안 매일 저녁8시를 전후해 배달되는 그 이튿날 조간신문(가판)보다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기사를 확인하는 데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 개원, 대기업 구조조정 등과 같이 정치적, 경제적으로 민감한 사안의 경우 오후 3∼4시만 되면 그 다음날 조간신문의 보도내용을 대부분 조회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때 자기 회사와 관련된 기사 중에 사실과 다르거나 불리한 내용이 나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가판 인쇄 전에 그 기사를 빼거나 그것이 여의치 못할 경우 기사의 톤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는 유망 중소 벤처기업 직원들이 결코 대기업에 뒤지지 않는다. 케이블TV 방송국용 소프트웨어를 개발업체인 한강시스템 박채규 사장의 경우 인터넷 신문 등에서 최신 뉴스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더 자세한 내용이 필요하면 한국언론연구원 인터넷 홈페이지(주소 www.kpi.or.kr/kpinet)에서 제공하는 「일간신문 종합 기사정보(카인즈:KINDS)」를 자주 찾는다는 설명이다.

박 사장은 직원 20여명의 중소기업체 사장에 불과하지만 정보력만은 여느 대기업체 사장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사무실 한쪽에 놓여있는 컴퓨터로 전국의 모든 기자들이 지난 몇년 동안 취재한 방대한 양의 기사를, 마치 자신의 손금을 보듯이 정확하게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서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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