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지령 3000호 기념] "전자입국" 동반자에서 "정보사회" 이끌 기수로

전자신문이 98년 8월 26일자로 마침내 3000호를 발행했다. 82년 9월 22일 창간호를 발간한 지 15년 11개월여만의 일이다.

창간사에서 「전자정보산업의 기수(旗手)」가 되겠다고 다짐한 전자신문은 3000호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전자정보통신산업 발전과 궤를 함께 해왔다. 창간 이후 80, 90년대는 특히 우리나라 전자정보통신산업의 발전기이자 중흥기였다. 전자정보통신산업은 이제 전자신문 지령 3000호와 함께 한 시대를 마감하고 대망의 21세기 정보시대를 바라보는 위치에 와 있다.

주1회 발행 주간지로 출발했던 전자신문이 일간화를 거쳐 지령 3000호에 이르는 과정은 독립신문 이후 한국언론 1백년사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든 성공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이런 과정은 전문언론이기 때문에 냉대를 받아야 했던 우리나라 언론문화의 토양을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전자신문이 지난 96년 전문언론으로서는 최초로 한국신문협회에 가입한 것은 전자신문의 괄목할 만한 성장과 함께 새로운 위상을 나타내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전자신문이 창간되던 82년은 80년의 언론통폐합 사태로 언론환경 자체가 극도로 위축돼 있던 시절이었다. 정부가 전자산업을 한국경제 제1의 축으로 육성하고자 했을 때도 이를 떠받치고 이끌어 나갈 전문언론이 하나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완희(金玩熙), 오명(吳明), 오현위(吳鉉緯) 박사 등 당시 「전자입국(電子立國)」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정보시대 도래를 확신한 식자층 및 언론인들이 뜻을 모아 창간한 신문이 바로 전자신문이다. 초대 발행인 김완희 박사의 창간사에서도 드러나듯 전자신문은 당시 국내에서 발행되던 일반 언론보다는 미국의 「일렉트로닉 뉴스(Electronic News)」와 「컴퓨터월드(ComputerWorld)」, 일본의 「전파신문(電波新聞)」 등에서 보도편집의 전형을 찾는 등 전문언론으로서의 과감성과 참신성 그리고 전문성을 함께 중시하는 창간정신을 주창했다.

3000호라는 숫자는 처음부터 일간 발행으로 시작한 일반 언론에 비하면 그리 많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1회 발간의 주간지가 어떤 경험과 과정을 거쳐 한국 최고의 전문언론으로 성장해 왔는가를 짚어보면 그 의미는 사뭇 달라진다.

전문언론으로서 외길노력과 성장의지는 창간사에서 처음 표명한 이래 증간 과정에서 여러 번의 사설을 통해 일관되게 강조되고 있다. 먼저 창간사에서는 전자신문의 창간이 「전자입국의 계기」가 되리라는 자신감과 함께 「보다 넓은 세계를 내다보며 전자정보산업의 기수」가 되겠다는 분명한 뜻을 밝혔다. 고고(孤高)의 일성(一聲)인 셈이었다.

주2회로의 증간을 알린 149호 사설에서는 전자정보통신산업이 「바야흐로 국제화 시대를 맞고 있다」며 「기술과 기업 정보의 신속한 제공」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역설,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 호응은 이듬해인 86년 전자정보통신 부문 생산액이 사상 처음으로 1백억 달러를 돌파(1백21억 달러)하고 수출 역시 전년 대비 45%나 신장된 74억 달러에 달함으로써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재창간과 격일간 체제를 선언한 89년의 566호 사설에서는 「정보사회의 파수병」과 「전자언론의 구현」을 다짐했다. 같은 해 전자정보통신 부문 생산규모는 2백79억 달러에 달했고 수출은 전체 수출의 26.6%인 1백65억 달러를 달성, 섬유와 철강 부문을 제치고 수출상품 1위로 부상했다. 이는 사회, 경제적으로 정보화를 본격 추진하기 위한 기본토대 즉 「전자입국」이라는 1차 창간목표가 실현된 것을 의미했다. 89년은 또한 유사이래 최대규모의 전산화 프로젝트라 일컬어지던 국가기간전산망 사업이 한창 벌어지던 때였다.

완전 일간으로 전환된 797호 사설에서는 「혁신의 시대를 첨단기술로 헤쳐나가자」며 정보화의 진전과 함께 21세기 정보시대 건설을 위한 독자적인 정보기술의 개발과 이용의 확산을 역설했다. 정보기술 이용의 확산은 93년 2월 1344호 때 16면의 컴퓨터 활용 정보섹션 「정보생활」을 선보임으로써 독자들에게 그 실천의지를 확인시켰다.

한편 95년 인터넷 선풍과 함께 월드와이드웹(WWW) 기반의 인터넷신문들이 창간되면서 기존 신속성, 다양성을 무기로 한 국내외 언론들의 보도경쟁은 더욱 가열되기 시작했다. 변화의 불가피성을 인식한 전자신문 역시 96년 4월 인터넷신문 「ETnews」를 창간하게 된다. 전자신문은 양방향, 다매체적 특성을 갖는 21세기 정보시대형 매체로서 「ETnews」를 주문형 및 멀티미디어형 뉴스를 비롯해 광범위하고 전문적인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할 수 있는 최첨단 전진기지로 삼는다는 방침아래 전략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굳이 미국 등 선진국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이제 전문언론은 정보시대 도래와 관련해서 경제와 사회 전반의 변혁을 몰고오는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자신문은 21세기 정보시대에도 창간정신을 부단하게 실천해 가는 전문언론으로서의 역할과 함께 신속, 정확한 다매체형 정보를 제공하는 일간신문과 실시간신문으로서의 임무를 다할 방침이다.

【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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