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가전유통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유통시장의 존립기반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불황을 극복하려는 가전업체들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유통점들은 가전업체의 채권관리 강화조치로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저가제품을 무기로 고객유인에 나선 창고형 할인점 등의 영업활동이 활성화되고 시장개방에 이어 수입선 다변화 해제 등이 기존 가전유통 시장의 또 다른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그동안 계속돼온 경기불황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임을 감안하면 이제 일선 가전유통점들의 생존은 예측하기 쉽지 않다. 이에 본지는 현재의 가전유통 현안과 해결방안을 6회 시리즈로 살펴본다.
<편집자>
최근 급격한 가전유통 환경 변화의 최일선에 서 있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가전 대리점이다. 그동안 가전업체의 적극적인 지원속에서 그런대로 안정된 영업활동을 해온 전속 대리점들이 최근 급격한 변화로 받는 충격은 대단히 크다. 외형성장 위주로 대리점을 운영해오던 가전업체들이 실리위주로 영업전략을 수정하면서 채권관리를 강화하고 경쟁력이 없는 대리점을 과감히 정리하는데다 경기불황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제 일선 가전대리점들은 생존의 기로로 내몰리게 됐다.
실제 가전 대리점들이 현재 맞고 있는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면 IMF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현재 가전대리점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이미 가전유통이라는 개념이 처음 생길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대리점 입장에서 보면 가전업체의 전속체제로 타사제품 취급이 곤란했으며 고객에 대한 서비스경쟁보다 가격경쟁이 우선이었다. 가전업체도 경쟁력있는 대리점 확보보다는 결과적으로 부실대리점을 늘리는 데 힘써왔으며 유통전략을 구사하면서 수익성을 소홀히 해왔다. 그 결과가 바로 가전유통의 부실화로 나타났다.
IMF는 바로 이러한 환경변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됐을 뿐이다. 사실 가전시장은 90년대 초부터 서서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가전업체들은 이러한 점을 간파, 위축되고 있는 시장을 활성화하고 다가올 유통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다양한 대책을 수립해왔다. 최근에는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전제로 내부인력 축소와 사업 분리 등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추진중이며 혼매양판이 앞으로 유통의 중심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 이에 맞는 유통정책을 수립해놓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진 것은 물론 전속 가전 유통체제 개편이다.
가전체제 개편의 주된 내용은 혼매양판 체제로의 전환여부와 기존 유통점 축소다. 90년대 들어 주요 가전제품 수요포화가 이루어지면서 가전3사의 시장점유율 경쟁은 가전유통점들의 수 늘리기 경쟁으로 이어졌다. 95년까지 가전3사의 대리점은 모두 3천2백여개까지 늘어났다. 여기에 시장침체와 할인점 등 새로운 업태의 등장은 대리점 과잉현상을 초래했다. 가전제품 수요가 급격히 늘지 않는 이상 단위 유통점의 수익성을 높이는 길은 유통점 축소밖에 없다. 가전3사는 이를 명분으로 내세워 지난 96년부터 부실 유통점을 정리하면서 유통점 수를 줄였다. 지난해말 IMF 체제에 돌입하면서는 부실 유통점을 계속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대리점의 수익성보다 이제는 회사가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과제 때문이다. 따라서 가전업체들은 대리점 생존을 2차 문제로 여기고 있다. 이로 인해 자생력이 없는 전속대리점을 정리하는 데 별다른 미련을 두지 않는다. 시장경제 원리상 수요가 40% 정도 줄었으니 최소한 40%에 이르는 대리점을 정리할 수밖에 없다는 게 가전업계 전반적인 의견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제 가전 대리점들은 생존의 기로에 내몰리게 되고 국내 가전유통은 극심한 재편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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