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전화 이용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보도다. 구한말 궁중 수동식 교환을 시작으로 1가구 1전화 시대 진입에 이르기까지 1백12년간 지속적으로 늘어나기만 했던 유선전화 이용이 지난 상반기중에 이동전화에 밀려 감소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정보통신부가 최근 유선전화, 이동전화, 무선호출, PC통신 등 국내 주요 통신서비스의 상반기 매출실적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시내전화는 지난해 상반기 1조6천2백46억원에서 올해 1조5천8백92억원으로 2.2% 줄어들었고 특히 시외전화는 1조3백62억원에서 9천2백47억원으로 10.8%나 현격하게 감소했다. 이에 반해 이동전화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1조4천1백85억원에서 올해 상반기에 2조2천7백14억원으로 60.1%의 급격한 증가세를 보여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더욱 편리한 서비스로 사용자가 몰린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단기간 내에 가장 많은 전화회선을 증설, 세계적인 신기록을 낼 만큼 급진전해온 유선전화가 올해를 기점으로 불과 10년 안팎의 역사에 불과한 이동전화에 밀려 하향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은 전망이다.
유선전화 보급률이 50%에도 이르기 전에 포화기를 지나 감쇠기에 봉착했다는 것은 깊이 생각해 볼 만한 대목이다. 미국, 캐나다, 스웨덴이 인구 1백명당 60%의 유선전화 보급률을 보이다가 포화기를 맞았고 일본도 55%에서 포화점에 이른 반면 우리의 경우는 너무 빨리 성장한계를 드러낸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물론 유선전화 이용이 줄어든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이동전화나 PC통신 등과 같이 좀더 고급화, 개인화, 정보화한 서비스로 통신수단이 전환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어서 긍정적인 면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 각 가정은 물론 산간벽지에까지 최소 1회선 이상 들어가 있는 유선전화 회선이 적절히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은 국가적으로도 낭비임에 틀림없다.
이처럼 시내 및 시외전화 이용이 위축되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서비스의 경쟁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시내외 전화의 경우 그동안 시장규모에 비해 너무 지나칠 정도로 경쟁이 없거나 적었던 게 사실이다. 시내외 전화사업은 그 동안 한국통신과 데이콤이 독, 과점 형태로 시장을 지배, 경쟁보다는 현실에 안주해온 게 사실이다. 가입자에 대한 서비스 질을 높여 이용량을 늘리기보다는 타성에 젖어 가입자 스스로 전화를 걸어주길 바라지 않았나 한다.
반면 이동전화의 경우 5개 사업자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가입자 확충을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면서 각종 부가서비스를 개발, 누구나 이동전화 하나쯤은 갖고 싶을 정도로 위상을 높여온 게 사실이다. 이는 결국 경쟁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자생력이 강해진다는 것을 입증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기술개발 측면에서 짚어볼 수 있다. 이동전화의 경우 단순히 통화하는 그 자체뿐 아니라 이동중 개인비서 역할까지 해주는 각종 첨단 서비스를 개발하는가 하면 2002년 상용화를 앞두고 영상이동전화 개발에 나서는 등 무한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또 지구 어디에서든 통화가 가능한 위성이동전화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조만간 서비스할 예정이다. 이에 반해 한국통신을 위시한 유선전화 사업자들은 좀더 고속서비스를 할 수 있는 유선망의 장점을 갖고도 비전하나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음성뿐 아니라 서로 얼굴까지 보며 통화할 수 있는 영상전화기술이 이미 개발돼 있음에도 아직까지 일반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유선 전화이용을 대체할 수 있는 PC통신이나 전용회선을 이용한 인터넷통신은 매년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 이들 데이터통신 서비스를 한 차원 고급화, 고속화하는 방안도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 아직도 낙후된 선로를 사용하고 있는 지역의 경우 고속모뎀을 사용하더라고 제 속도가 나오지 않는 사례 등에 대해서는 관련기업에서 깊이 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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