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세계 주요 반도체업체들은 구리칩 제조 기술이 향후 반도체 제조의 핵심 기술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데 공감한다. 하지만 이 기술이 실질적으로 양산라인에 적용할 수 있는 시기에 대해서는 업체에 따라 다소 시각 차이가 있다.
그동안 구리칩 개발을 주도해온 IBM은 구리 기술을 적용한 파워PC용 칩을 올 하반기 본격 출하키로 하는 등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뒤를 이어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모토롤러, AMD, 삼성전자 등의 업체가 빠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구리칩 기술을 실제 양산라인에 적용시킬 계획임을 공식화한 상태다.
그리고 최근 TSMC, UMC 등 대만 주요 반도체업체들도 양산 공정에 구리칩 기술 도입을 착수, 두 회사 모두 내년 9월 샘플 출하를 시작으로 구리칩의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계획임을 밝혔다.
하지만 인텔, 루슨트테크놀로지 등의 반도체업체들은 구리칩 기술의 조기 적용에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방한한 인텔의 엔터프라이즈 서버그룹 존 마이너 부사장은 『인텔도 구리칩에 대한 기술 개발은 진행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알루미늄 기술로도 충분하고 또 구리 기술이 대량 생산에 적합하지 않다는 측면 때문에 아직 양산에 적용할 단계는 아니다』며 『따라서 0.18미크론 기술이 상용화될 오는 2000년 이후에나 구리칩 기술을 적용한 데스크톱용 CPU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루슨트테크놀로지의 한 관계자도 『구리 공정을 실제 양산라인에 적용하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점들이 많이 남아있으며 더욱이 현재 출시돼 있는 구리 공정용 장비 가격이 소자업체가 쉽게 채용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구리칩 제조 기술의 양산 적용 시기에 대한 전망은 장비업체간에도 차이가 난다.
구리 공정용 장비를 서둘러 발표한 노벨러스측은 구리 공정이 지닌 각종 기술적, 경제적 장점을 고려하면 양산공정에 적용하는 시기는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질 것이 확실하다는 입장인데 반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는 저유전체(Low k) 박막기술 등 알루미늄시대를 더욱 연장할 수 있는 기술적 요인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반도체 분야 전문가들은 구리칩 제조 기술의 경우 반도체 메탈층의 개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이를 통해 공정 단계의 축소가 가능한 등 엄청난 기술적인 장점을 지니고 있어 0.18미크론 기술이 도입되기 시작할 내년 상반기부터 CPU나 DSP 등과 같은 비메모리 분야에 우선 적용되기 시작해 향후에는 1기가급 이상의 차세대 메모리 제조에까지 확대 채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구리 제조 공정의 양산 도입 시기는 당초 예상보다 다소 앞당겨져 내년 상반기부터 실질적인 기술 적용 단계에 접어들고 오는 2000년에 일정 규모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도 최근 한 발표 자료를 통해 구리 제조장비 시장은 향후 3년간 5백% 이상의 고속 성장을 거듭, 올해 3천6백만달러에서 2002년경에는 1억9천만달러 이상의 거대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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