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는 등 인도네시아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자 현지공장에 대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베카시에서 컬러TV와 VCR를 생산하는 SME 및 수라바야에서 냉장고를 생산하는 SMI 등 현지공장 2개를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내수제품의 생산을 중단 또는 축소하고 수출제품의 생산을 늘리는 등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섰다.
삼성전자는 IMF사태 이후 극심한 내수침체가 지속되고 환율급등으로 수입 원자재가격마저 폭등해 내수용 제품이 채산성을 잃자 우선 연간 30만대에 달하는 SME의 컬러TV 생산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컬러TV 생산중단으로 인한 유휴설비 및 인력을 상대적으로 호조를 누리고 있는 수출용 VCR 생산에 투입하면서 당분간 사태추이를 지켜본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또 연간 15만대의 내수용 냉장고를 생산할 수 있는 SMI의 가동률도 최대한 줄여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당분간 SMI의 냉장고 생산량을 생산능력대비 50% 이하인 연간 6만∼7만대로 줄여 적자폭을 최소화하면서 현지사정을 보아가며 장기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베카시에 컬러TV용 브라운관, 편향요크, 전자총, 모니터 등을 생산하는 LGEDI를, 자카르타에 컬러TV, VCR, 냉장고, 오디오, 에어컨 등을 생산하는 LGEAE 등 2개의 대규모 현지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LG전자도 비상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LG전자는 LGEDI의 경우 수출품목을 생산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현 상태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LG전자는 VCR를 제외하고는 전량 내수용 품목을 생산하는 LGEAE의 경우 내수품목의 생산축소와 수출품목의 생산확대 등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LG전자는 LGEAE에서 컬러TV, 냉장고, 오디오, 에어컨 등 내수품목의 생산이 어려워질 경우 중국, 상해 등 타 지역 VCR공장의 설비를 이전해 이 회사를 VCR 수출전진기지로 육성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도네시아가 만약 국가채무불이행(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경제, 사회적 혼란, 금융시스템이 마비돼 수출용 제품의 생산도 어려워진다면 내수용 제품의 생산중단과 축소를 만회하기 위해 수출용 제품의 생산을 확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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