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전선에 적신호가 켜졌다. 5월과 6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던 수출이 7월 들어서는 작년 동월에 비해 13.7%나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수출 감소폭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어서 예사롭지가 않다. 이대로 가다가는 당초 목표 1천4백75억 달러 달성은커녕 작년 실적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전자, 정보통신 분야만 보면 더 심각하다. 지난 6월 한 달 동안 전년 동월에 비해 27.8% 감소한 반도체 수출은 7월 들어 20일까지만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1.1%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음향기기(-21.4%), 컴퓨터(-16.4%), 컬러TV(-10.7%), 가정용기기(-10.1%) 등 주요 전자제품의 7월중 수출이 일제히 두 자릿수로 감소하는 등 큰 폭으로 줄어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IMF사태 이후 환율 덕택에 반짝하던 수출이 이처럼 급격히 추락하고 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리의 주력 수출시장인 동남아,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각국이 지속적인 불황으로 수입을 줄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일본, 중국, 동남아에 대한 수출이 작년 실적만 유지했더라도 전체 실적은 줄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수출단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도 수출감소의 큰 원인 중 하나다. 반도체 중 주력 수출품인 64MD램의 개당 수출가격은 작년 1월 60달러에서 지난 1월 18.2달러, 7월중에는 9.09달러로 하락했다. 전자제품의 평균 수출단가는 올 들어 5월까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8.9%나 떨어졌다. 여기에다 엔화 절하가 시정되지 않는데다 원화가치는 턱없이 올라 수출경쟁력은 약화일로에 있다. 유럽전자부품협회가 한국산 D램에 대해 덤핑제소를 하는 등 주요 수출국의 새로운 통상압력 가중도 수출부진의 또 다른 원인이다. 그러나 이런 요인들은 우리의 능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다. 더욱이 이같은 부정적인 수출여건은 하반기에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다. 따라서 정부가 내부 문제점부터 살펴 시급히 개선해야 수출이 살아날 수 있다.
현재 전자, 정보통신업계를 가장 짓누르고 있는 수출 장애요인은 원화 강세다. 국산 전자제품은 거의 모든 수출시장에서 일본산과 경합하고 있다. 때문에 원화와 엔화의 환율이 10대1 수준은 유지돼야 국산 제품이 일본산과 가격경쟁을 벌일 수 있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비율이 8대1로 떨어졌고 여기에 엔화는 계속 절하되는 반면 원화 환율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어 업계를 당혹케 하고 있다. 물론 전자, 정보통신업계는 이같은 점을 고려, 수출주문을 주간단위 체제로 바꾸고 적기공급에 힘쓰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이달 초 현재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이 달러당 1천2백∼1천3백원대로 IMF 이전과 비교하면 원화가치가 크게 절하된 수준이지만 정부는 이것이 국내 업체들의 수출에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원화 환율은 우리 나름대로 어느 정도 조정 가능한 만큼 업계가 주장하는 적정 원화 환율 1천4백원 이상이 유지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대책만 있고 실천은 없는 수출지원책도 문제다. 한 달 전 정부는 수출입은행이 조달한 외화자금 20억 달러를 수출입 금융지원에, 가용 외환보유고 30억 달러를 원자재 수입에 배정하고 또 수출신용장만 있으면 중소업체에도 담보없이 무역금융을 지원한다고 했다. 또 대기업에 수출용 납품을 하고 받은 구매승인서만 있으면 금융지원을 해주도록 했다. 그렇지만 은행에서는 이런 것들이 통하지 않는다. 심지어 대기업 본사와 해외지사간 신용거래에 대한 보증마저도 꺼린다고 한다. 지난 7월 30일 현재 수출환어음 매입잔액이 IMF사태 초기인 작년 11월 말의 76.1% 수준이고 수입신용장 개설 잔액 역시 70%선이라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현재의 경제위기를 타개하는 데는 수출밖에 달리 길이 없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금융이 언제까지나 수출에 부담이 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된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지금 전자업계는 열악해지는 수출환경에다 구조조정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수출의욕이 극도로 상실돼 있다. 바이어는 한번 돌아서면 다시 붙잡기 어렵다고 한다. 힘들여 구축한 수출메커니즘이 무너지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정부의 수출지원책이 더욱 현장감 있는 것이 되기를 바란다. 이밖에 정부 차원의 해외 현지 마케팅, 통상외교 강화 등의 지원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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