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전문업체의 제자리찾기

KDC정보통신 상무

국가경쟁력을 얘기할 때 곧잘 비유되는 나라가 대만이다. 대만은 아시아권에 총체적 경제위기의 파고가 드높아도 언론지상에서 그 이름을 별로 찾아보기 힘든 국가다. 경제 전문가가 아닌 필자가 대만이 가지고 있는 국가 핵심역량의 요체를 거시적 또는 미시적으로 논한다는 것은 무리임을 잘 알고 있으나 그러한 전문가적인 시각을 필요로 하지 않더라도 대만 국가경쟁력의 핵심은 GNP의 절대수를 담당하고 있는 수많은 전문업체임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주지의 사실이다.

필자는 90년대 초반에 대만의 한 회사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 회사는 「사이언스 파크」라고 하는 대규모 기업단지 내에 있었다. 사이언스 파크의 요체는 단순한 「공단」이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가 추진하고 있는 「송도밸리」와 같은 첨단 정보기술(IT)기업들의 연구개발단지다. 거기에 덧붙여 사이언스 파크는 생산라인까지도 함께 존재하고 있었고 대만의 유력한 컴퓨터, 통신 관련 모든 전문업체가 집결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대만의 사이언스 파크와 비슷한 집합단지를 만들고 여기서 상승효과를 올린다고 해서 대만과 똑같은 결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우리 기업의 성격에 대한 근본인식의 전환과 산업 전반을 기초로 하는 총체적 기업 재구축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가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의 근원을 따져보면 매우 복잡한 역학적 요인이 있겠으나 그 중의 하나는 질적인 것보다는 양적인 것을 우선시함으로써 알찬 것보다는 큰 것이 무조건 좋다는 우리의 잠재의식에 기인한 바 크다.

즉 기업을 분류할 때도 그 기업의 속성과 한 분야에서 전문업체로서의 성과와 업적을 평가하기보다는 단순히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로 판단해 그 기업의 가치를 평가해 왔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듯 단순히 외형적인 규모로 회사를 구분지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에 따라 적용되는 일반적 사회의 인식들이다. 「중소기업」이라는 어휘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는 무엇인가 「낙후되고 뒤져 있으며 신뢰가 부족할 수 있는 개연성」을 주고 있음으로 해서 애초에 좋은 인력들이 관심을 갖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고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자체 브랜드를 키워가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모든 산업 분야에는 그 산업 분야의 규모에 맞는 전문업체가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지 대기업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즉 가전, 자동차, 조선 등과 같이 규모의 경제적 측면에서 기본적으로 덩치가 큰 전문업체를 필요로 하는 분야가 있을 수 있고, 네트워크 분야처럼 중소형 규모의 전문업체를 필요로 하는 분야가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규모가 작은 「벤처기업」을 필요로 하는 것은 그 분야의 특성상 그만한 규모의 전문업체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뿐만 아니라 다른 선진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대부분의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우리의 기준으로만 보면 중소기업이지만 사실은 「전문 대기업」인 점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제자리 찾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네트워크 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그에 맞는 규모의 전문업체들이 자리를 잡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개개의 경쟁력을 키우고 그것이 합쳐져 결국 실속있는 국가경쟁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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