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은 철저히 관객의 편에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연출적 재능에 있어서 그는 세련된 감각파라기보다는 천부적인 이야기꾼에 속한다.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은 관객에게 봉사하려는 「강우석의 철학」이 다시 한번 멋지게 발휘된 IMF형 영화다. 자칫 지루하기 쉬운 법정공방 신은 직설적인 성적 표현과 독설로 가슴 후련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해 필요한 일이 결국 가정의 평화를 위협하게 되는 상황은 슈퍼맨이 아닌 우리 시대의 가장들의 겪어야 하는 아이러니일 수밖에 없다. 잠자리가 시원찮은 남편의 무능력이 갖가지 에피소드들을 통해 희화화되더니 얘기는 어느새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간 책임자들을 사형시켜야 된다」는 극단적인 정치적 표현으로 서민의 울분을 대변한다. 웃음 중간중간 호흡을 조절하고 있는 적절한 신파적인 감동 역시 철저한 승부정신으로 계산된 연출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12년간 일산기업에 재직해온 과장 추형도(문성근 분)가 대기발령을 받자, 그의 아내 이경자(황신혜 분)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다. 그녀의 소송 내용은 남편이 과장으로 승진한 5년 동안 과중한 업무 탓에 잠자리를 같이 하지 못해 생과부로 지냈으니 이에 대해 2억원을 배상하라는 것. 일산기업의 고문 변호사 명성기(안성기 분)는 이경자에게 소송을 취하할 것을 설득하지만 명성기의 아내인 이기자(심혜진 분)가 직접 변호할 것을 자청하고 나선다. 그녀는 사회적인 명성과 달리 속물적 근성이 농후한 남편에 대해 반기를 든 것이다. 추형도는 살아남기 위해 회사의 입장에서 증인으로 서고, 이에 발끈한 이경자는 남편의 과도한 작업일지를 증거로 제출한다. 점차 자신들의 성생활이 법정에서 노골적으로 까발려지자 이경자는 소송을 취하하려고 결심하지만, 이기자는 입장만 바뀌었을 뿐 결국 자신도 같은 처지라며 원고를 설득한다. 「남자들의 고개 숙인 성」은 아내의 과도한 성욕 탓이라고 몰아 붙이는 피고측과 「마음대로 부려먹고 마음대로 자르는 회사의 부당한 처사를 고발」하기 위한 원고측의 논쟁은 결국 원고의 승리로 끝난다. 부부로 살아가는 남성과 여성, 기업과 샐러리맨이라는 대립구도가 전체적인 틀을 이루며 영화를 진행시키지만 이 영화의 회귀점은 결국 「사랑」이다. 결혼하기 전 추형도가 이경자에게 보낸 편지를 낭독하며 그들 모두는 자신들이 「얼마나 사랑했었는가」를 깨닫는다. 추억은 역시 사랑을 회복시키는 가장 좋은 치료제인 셈이다.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은 촬영이나 배우들의 연기, 분장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부분에 있어서 결코 잘 만든 영화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영화가 지니는 사회적 기능에 대한 성실성과 충실도 만큼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엄용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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