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다. 학교와 집만을 오가던 어린이들이 모처럼 공부의 압박감에서 벗어나 「재미있는 일」을 해볼 수 있는 기회. 부모님과 함께 산이나 바다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시골의 친척집을 방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PC통신 유니텔에 개설된 꾸러기 초등학교(http://netizen.att.co.kr/unikids)에는 방학이 없다. 아니 다른 학교가 모두 방학을 하는 요즘은 더욱 많은 학생들로 활기에 넘친다.
지난 97년 문을 연 꾸러기초등학교는 4천3백명의 어린이들을 공부하는 온라인 초등학교. 이 학교의 홈페이지는 기획부터 제작과 관리까지 대부분의 작업을 어린이들이 직접 한다.
용인 토월초등학교 6학년인 이재윤군은 꾸러기초등학교 홈페이지의 웹마스터. 홈페이지 대부분을 직접 제작한 윤군은 수시로 홈페이지에 접속해 다른 어린이들의 불만사항이나 건의사항 등을 체크한다. 최근에는 자바애플릿을 공부하고 있다. 공부를 마치면 자신의 홈페이지에 자바시티를 만들어 여러 가지 자바 프로그램을 소개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윤군은 취미모임인 꾸러기 취미방과 그래픽방 방장, 영화방 부방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꾸러기 초등학교의 웹디자인을 맡고 있는 김안식군(금호초등학교 2)은 이미 웹디자이너로 명성을 쌓고 있는 어린이. 페동맥협착증, 심실중격 결손, 구순구개열 등 신체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전국 어린이컴퓨터그림 그리기 대회에서 대상을 받아 화제가 됐던 김군은 꾸러기 초등학교 홈페이지의 모든 그래픽을 책임지고 있다. 그림그리기가 취미인 김군은 포토샵 등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여러 가지 아이콘을 만들고 가족신문도 직접 만들었다. 또 얼마전에는 꾸러기 초등학교 친구들에게 도장 클립아트를 만들어주어 인기를 끌기도 했다.
글을 잘쓰는 정효민(부산광남초등학교 6)양은 꾸러기 초등학교의 소식을 전하는 꾸러기신문 팀장이다. 다른 모임에서 개최하는 행사나 꾸러기 초등학교의 새로운 뉴스,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모아 다른 친구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그의 일. 평소에 꾸러기 초등학교를 여기저기 답사하는 것은 물론 다른 친구들과 수시로 메일을 주고 받는다. 취재 편집 등 다른 어린이 기자와의 회의는 주로 대화방을 활용한다.
이외에도 20여명의 어린이들이 꾸러기 초등학교 홈페이지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선생님들이 하는 일은 어린이들의 활동을 격려하고 약간의 조언을 하는 정도다.
『처음에는 어린이들이 과연 홈페이지를 만들어 잘 운영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쓸데 없는 생각이었죠. 모두들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어 교사로서 별로 어려움이 없습니다.』
꾸러기초등학교의 지도교사인 류내훈(안양삼성초등학교 28) 선생은 『외국의 어린이들도 방문할 수 있도록 앞으로 영문으로도 홈페이지를 꾸밀 계획』이라며 『외국 초등학교와의 자매결연 등을 통해 국내외의 어린이들이 같이 참여할 수 있는 세계적인 가상초등학교 홈페이지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장윤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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