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2000년 문제와 법률분쟁

黃希哲 대검찰청 전산관리담당관

지금까지 가장 큰 법률분쟁은 담배소송일 것이다. 소송에 지친 미국의 담배회사들은 화해조건으로 3천6백85억 달러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변호사들에게는 엄청난 금액의 보수가 돌아가게 됐고 결국 변호사의 보수를 시간당 5백 달러로 제한하자는 법안까지 제출됐다.

그러나 담배소송의 규모는 2000년 문제(Y2k)에 관련된 법률비용에 비하면 초라해 보인다. 컨설팅 회사인 가트너그룹은 2000년 문제로 인한 법률 및 손해배상 액수가 1조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0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드는 비용이 최소 1천1백50억 달러에서 최대 6천7백억 달러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적인 문제야말로 법률비용 증가의 주범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즉 유수의 회사들은 2000년 문제의 완전한 해결에 대해 확신이 없고, 이러한 상황에서 섣불리 나설 경우 이로 인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손해배상 책임을 질 우려가 있어 2000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만 본다면 전혀 어려울 것이 없는 이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완전한 해결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많은 프로그램이 여러 사람에 의해 제작되고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망에 따라 미국의 유수 로펌들은 2000년 문제 전담반을 구성해 이 문제에 대한 준비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심지어는 인력의 4분의 1 정도를 이 문제 해결에 전념시키는 경우도 있다. 사소하게 보이는 기술적인 결함으로 인해 법조인들이 공전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2000년 문제를 둘러싼 법률분쟁은 2년 후 정확하게는 약 17개월 후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와 있다. 미시간 주에 있는 농산물 판매점이 95년에 구입한 현금등록기가 유효기간 만료일이 2000년 이후인 신용카드를 처리하지 못하자 현금등록기 회사에 대해 손해배상금으로 1만 달러를 청구했다. 이 소송은 법정외 화해로 종결되기는 했지만 2000년 문제를 둘러싸고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법률분쟁을 예고하는 중대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00년 문제에 대한 법률적인 논점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번째의 논점은 2000년 문제 해결에 필요한 비용을 현재의 주주가 부담해야 하는지 아니면 현재의 주주와 미래의 주주가 공동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미국의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는 2000년 문제에 소요되는 비용은 지출한 해에 이를 전부 비용으로 계상하도록 함으로써 2000년 문제로 인한 비용부담을 전부 현재의 주주에게 전가하고 있다. 만약 문제를 이러한 식으로 해결한다면 법인세 세수는 크게 감소하고, 영업실적의 저하를 우려하는 경영진은 2000년 문제의 해결을 지연시켜려고 할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비용처리 방안에 대해는 2000년 해결에 소요되는 비용을 자산화해 일정기간 동안에 상각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두번째 논점으로는 시스템 운용자에 대한 민, 형사 책임을 들 수 있다. 현재 2000년 문제에 대한 문제점과 폐해가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시스템 운용자가 2000년 문제 해결에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지 않는다면 시스템 운영자에게 고의가 있느냐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과실이 없다고는 하기 어려울 것이고 이에 따라 시스템 운용자의 민사상, 형사상 책임은 이를 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시스템 운용자가 이러한 민, 형사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는 2000년 문제 해결에 특단을 노력을 할 뿐만 아니라 이렇게 노력했음을 입증할 수 있도록 그 과정을 철저히 기록해 두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만약 시스템의 오류가 고쳐지지 않아 대형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러한 특단의 노력이 입증되지 않으면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세번째의 논점은 시스템 설계자, 외주업체와 발주자, 운용자 사이에서 누가 책임을 부담하느냐 하는 문제다. 이 문제는 단지 사후적인 손해배상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2000년 문제 해결을 위한 또는 해결 후의 비용분담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대부분 계약해석에 의해 해결될 문제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프로그램 제작에 관련된 계약은 그 내용이 추상적이고 2000년 문제와 같은 내용들에 대해는 거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법적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다. 특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자담보 책임기간이 끝나고 시효가 완성되는 경우가 많아 이 점이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가 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법률가의 자문을 받아 계약검토를 시작해 봄직하다.

마지막으로 시스템 운용자, 관리자, 소유자가 각각 다른 경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프로그램 저작권자 이외의 관계자가 2000년 문제 해결을 위해 소위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2000년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그램 수정이 저작권법 위반이 되는지에 대한 문제 등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거론한 법률적인 논점들은 현 상태에서 예상되는 문제일 뿐이고 막상 2000년이 됐을 때 어떠한 법률문제가 발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국가적으로도 법적인 대책과 아울러 2000년 문제해결 및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전향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법적인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1999년 12월 30일부터 2000년 1월 5일까지 일주일을 「1000년 휴일」로 지정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는 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