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컴퓨터유통 1번지인 용산전자상가가 최대 위기에 처해 있다. 사상 유례없는 경기불황에다 여름철 비수기까지 겹쳐 상가 전체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들이 8월부터 윈도98을 기본탑재한 신제품을 쏟아내기에 앞서 구모델에 대한 40∼50%의 파격세일을 실시하면서 이제는 가격경쟁력마저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이대로 가다간 그동안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용산상가가 그 명성을 잃게 되는 것이 아닌지 크게 우려된다.
특히 다음달 하순부터 윈도98을 탑재한 PC가 대거 쏟아져 나올 경우 용산상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불법복제 단속의 그물을 피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용산상가의 상인들은 대기업들이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카피당 대략 8만∼10만원에 공급받는 윈도98을 2배 이상 비싼 값에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5대 PC업체들이 미국 MS 본사와 직접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것과 달리 용산상우회는 MS제품을 OEM으로 공급하는 국내 중간딜러들과 가격을 협상해야 하기 때문에 불법복제를 하지 않고는 원가 면에서 당연히 불리하다. 상반기에 이들 중간딜러에게 윈도95를 1천카피 기준으로 카피당 15만원 안팎에 구매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윈도98은 턱없이 높은 가격으로 책정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용산상가에서는 일반 유저를 포기한 채 공개 운용체계(OS) 리눅스를 탑재한 마니아용 PC만 취급하는 점포가 생기는가 하면 OS도 없이 시스템만 가판대 위에 올려놓고 파는 웃지 못할 풍속도까지 연출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무엇인가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용산상가의 앞날은 비관적이다. 철저한 시장원리에 입각한 유통구조를 갖췄을지라도 규모의 경제에 밀려 앞으로의 운명을 점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제 용산상가 상인들이 스스로 곤경에 빠지게 된 원인분석을 통해 난국을 해결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전문가들은 용산상가의 한계를 하드웨어에 의존한 판매구조라 지적하고 있다. 하드웨어만 팔려고 하니 소프트웨어는 끼워주는 상품으로 인식돼 왔다. 그래서 소비자들도 용산에서 돈을 주고 프로그램을 사지 않으려 했고, 이는 곧 「용산상가는 불법복제의 온상」이란 오명을 낳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산상가는 그 나름대로 정보산업 발전에 디딤돌 역할을 수행해 왔다. 값싼 가격으로 서민들의 정보화 마인드 확산에 일익을 담당해온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정보화와 관련된 모든 기술이 총집합된 기술교류의 장으로 기술발전에도 적지않은 몫을 해왔다.
바로 이 점이 용산상가의 건재가 국가 정보대계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요인인 것이다. 따라서 용산상가에 입주한 모든 상인들은 스스로 위기탈출의 비상구를 찾아낼 수 있도록 자생력을 키워 나가야 하며 정부도 이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구매, 판매, 애프터서비스, 택배를 전체상가가 공동으로 실시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한편 서비스 질을 높이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대만의 중소기업들이 공동구매를 통해 원가를 줄이는 것처럼 용산상가 상인들도 더욱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경영기법을 도입해야 한다.
특히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고객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수준 이하의 제품을 판매한 업자에 대해서는 사우회를 통해 책임을 묻게 하고 제품 판매시 일정비율의 서비스 비용을 걷어 공동 애프터서비스를 실시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그래야 제품을 판매한 업자가 문을 닫아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고객에게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공동창고와 물류센터를 건립해 제반비용을 줄이는 노력도 강구해야 한다. 공동브랜드의 제품을 생산해 생산자, 상인, 소비자가 모두 이익이 될 수 있는 최적의 유통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소비자의 구매력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현행 3∼6%의 카드 수수료율을 할인점 수준인 1.5∼2%대로 낮추거나 없애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정부도 용산상가가 명실상부한 국제규모의 전자상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용산지역을 관광특구로 조성하거나 무역사무소, 면세점을 설치해 수출에도 일익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적극 강구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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