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사(PP)들이 허가장르와는 상관없이 타채널에 적합한 성격의 프로그램을 중복 편성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제작 여건이 크게 악화되면서 케이블PP들이 정부로부터 허가받은 장르나 전문 편성분야와는 상관없이 유사 홈쇼핑프로그램이나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프로그램을 중복 편성하는 사례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PP들의 프로그램 중복편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케이블 PP사업자 허가 당시 프로그램공급분야를 장르(영화, 보도 등), 내용(음악, 교양 등), 대상(어린이, 여성 등) 등으로 분류해 중복편성의 소지를 안고 있었던데다 최근들어 프로그램 제작여건이 열악해지면서 PP들이 전문분야에 관계없이 인기장르나 제작비가 덜 들어가는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대다수 PP들이 전문편성원칙을 어기면서까지 허가 장르와는 전혀 상관없는 프로그램을 중복 편성하고 있는 것은 현재의 업계 현실을 감안할 때 불가피하다』며 장르를 개방하거나 PP들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프로그램 편성기준을 조정하는게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프로그램 중복 편성은 특히 어린이, 교육, 여성채널 등을 중심으로 두드러지는 것으로 분석되고있다. 어린이TV인 대교방송의 경우 전체 프로그램의 30∼40% 이상을 만화로 편성, 투니버스의 영역을 파고 들고 있는데 대교측은 만화편성 비율이 높은 것은 어린이 채널 특성상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3개 교육채널중 하나인 재능스스로방송은 기존 교육채널과의 프로그램 차별화와 학습지시장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유아프로그램 등을 자주 편성, 어린이 채널의 영역을 파고들고 있다.
HBS의 경우 오락채널로 허가났으나 사실상 종합편성을 지향하고 있다. 현재 드라마, 영화, 음악, 연예, 유사홈쇼핑 프로그램 등을 무차별적으로 방송, 사실상 지상파TV와 비슷한 편성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여성채널인 GTV나 동아TV 등의 경우 드라마, 영화 프로그램을 빈번하게 편성하고 있으며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밖에 채널성격과는 전혀 상관없는 프로그램도 많다. 대교방송(어린이 채널)이 산악자전거, 윈드서핑, 패러글라이딩 등 레포츠 프로그램과 TV종합병원 등을 편성해 방영하고 있으며 문화예술채널인 A&C코오롱은 미국, 캐나다, 유럽 등의 단편영화 1백편을 구입, 방영하고 있다.
지난해 관광, 레저와 별도로 건설분야의 장르를 추가로 허가받았던 리빙TV는 부동산 중계정보, TV중고차시장, 골프여행, 당구열전, 인터넷 등 프로그램을 편성, MBN이나 스포츠TV와 중복편성하고 있으며 경제뉴스 채널인 MBN은 중소기업상품전 등 유사홈쇼핑프로그램과 컴퓨터 교육프로그램 등을 편성해 방송하고 있다. 공공채널인 KTV는 디스커버리와 ZDF가 공동 제작한 다큐프로그램을 방송, 다큐멘터리 분야를 방송하고 있다.
최근 부도로 위기를 맞고 있는 다큐멘터리 채널 CTN은 경영 위기 돌파방안의 일환으로 인포머셜 광고 등 홈쇼핑 성격의 프로그램 활성화를 꾀하고 있으며 동아TV는 부도 직전에 홈쇼핑 프로그램의 편성비율을 1년동안 49%까지 올려줄 것을 문화부측에 건의하기도 했다.
<장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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