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쉴론 한국지사장
IMF체제 이후 사회 전반에 걸쳐 여러 가지 변화와 변혁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외국 회사나 사람들을 보는 관점에 상당한 변화가 있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외국 업체가 많이 진출해 있는 정보통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피부로 느끼는 부분도 적지 않다. 이제 우리도 과감히 외국의 좋은 면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데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외국의 좋은 면은 무엇인가.
미국의 정보산업이 이룩한 대사건인 인터넷의 탄생과 실리콘밸리의 예에서 배워야 할 점을 생각해 보자.
인터넷이 우리의 일상에 가져다 준 변화는 엄청난 것으로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발명한 시스템 중 가장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인터넷의 그 무엇이 이러한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주었는가. 필자는 인터넷의 힘보다도 인터넷이 있기까지의 과정에 숨어 있는 미국 정보산업에 내재된 힘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미국 정보산업의 중심에도 수많은 벤처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의 힘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최고의 박사들, 창의력 있는 엔지니어들, 이들을 뒤에서 지원하는 벤처캐피털 등 여러 가지 요인을 들 수 있겠다.
하지만 필자는 그 무엇보다도 기업 내부의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완전한 자유」를 원동력으로 주목하고 싶다.
다소 추상적인 표현이긴 하나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회사의 상품만이 성공한다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합리적인 이유를 그 저변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이 이 분야의 회사들로 하여금 자기가 할 수 있는 분야에만 매진하게 하고 더 나아가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만을 파고들게 만드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당연하고 그리 어렵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우리의 현실은 과연 어떠한가 비교해 보자.
필자가 국내 대기업 및 중견기업 그리고 8년간 3개의 외국 회사에 재직하면서 가진 생각의 하나는 우리 기업이 과연 주력분야에 얼마나 자원을 집중하고 군살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느냐였다. 지난 3월 필자의 미국 본사 회장과 부사장이 한국 방문시 들려준 이야기는 우리가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대목인 것 같다.
당시 방문한 모 대기업 관계자는 비디오로 자사의 각 사업부문을 소개했다. 거의 모든 업종에 걸쳐 있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 회사에 대한 소개에서 필자가 한 이야기라고는 몇 장의 슬라이드에 담긴 회사 소개가 전부였는데 초라한(?) 소개 끝에 우리 회사는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데 족해야 했다.
또 다른 회사 연구소 방문은 점심시간에 이루어졌는데 간혹 책상에 엎드려 자는 사람이 눈에 띄었고 불이 켜진 몇몇 컴퓨터에서는 게임 소프트웨어가 돌아가고 있었다. 본사 부사장이 필자에게 여기가 연구소가 맞느냐고 귀엣말로 물었고 지금은 점심시간이라 그럴거라는 필자의 목소리는 개미소리만 했다. 어두워서 붉어진 얼굴이 안보인 게 천만다행이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본사 회장은 『그 모든 분야에서 다 이익을 남기느냐』 『연구소를 보니 불필요한 오버헤드가 너무 많은 것 같다』는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지나가는 국산 자동차를 보고는 『한국에 자동차회사가 몇이나 되느냐. 미국은 3개인데』라고 말하며 주유소, 편의점, 백화점 등의 간판에 붙어 있는 기업 이름들을 보면서 『대기업이 손을 안댄 분야가 거의 없군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이 문제이고 가야 할 목표는 어디인지 알고 있다. 모르는 불치병도 아니고 어디가 아픈지도 알며 우리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다시 일어서서 각 분야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맡은 분야의 최고가 되려는 의지를 갖고 뛴다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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