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혼자였습니다. 혼자라는 것은 스스로를 깊은 고독의 나락으로 밀려들게 합니다. 긴긴 겨울밤, 휑한 대기로 퍼지는 개 짖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옵니다. 문풍지를 울리고 들어오는 겨울바람이 나를 더욱 떨리게 합니다∥. 나의 유년은 그렇게 하얀 밤으로 성장했는지 모릅니다.」
연세전자 최수권 사장의 수필 「외로울 줄 아는 행복(도서출판 천우)」 중 한 구절이다. 최 사장은 지난 85년 「문학세계」로 등단한 후 지금까지 4권의 수필집을 출간한 중견작가. 그는 11년전 묶어낸 첫 작품집 「영원한 고향(87)」부터 「삶이 있는 장터」 「도시의 노을」 「외로울 줄 아는 행복(96)」에 이르기까지 담백하면서 서정성 짙은 수필을 써왔다.
문학평론가 채수영씨는 그를 가리켜 『삶의 진솔(眞率)과 질박(質朴)한 내면미가 느껴지는 수필가』이며 『곧게 사는 이치를 선연하게 지피면서 생의 의미를 천착하는 장중한 태도를 가지고 투명한 정서와 삶의 질료들을 결합하는 작가』라고 평했다.
최 사장의 수필을 읽다보면 고요한 수면 위로 삶의 안타까움과 상념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마음 속 가을풍경」을 만나게 된다. 이처럼 고즈넉한 풍경화는 단지 외로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필집 제목처럼 「외로울 줄 아는 행복」으로 이어진다. 외로움에서 행복으로 건너가는 작은 다리 하나씩을 발견하게 해주는 것.
그의 수필이 가을저녁의 소슬바람처럼 쓸쓸한 필체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감상주의로 흐르지 않는 것은 「가족사」 「직장생활」 「인연」 등 묵직한 소재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두번째 수필집 「삶이 있는 장터」가 대형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던 이유도 우리시대 보통사람들의 애환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따뜻한 시선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최 사장이 처음 수필쓰기를 시작한 것은 한동안 잊고 지냈던 문학에의 열정이 되살아났던 군대시절부터라고 한다.
『보도사병으로 배치되어 국방일보(당시 전우신문)를 만들면서 자료를 뒤지고 책을 읽는 시간이 많아졌죠. 독서와 습작으로 3년을 보내고 나니 시와 소설의 접경지대에 위치한 수필이 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문학장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그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고, 그 인연의 끈을 세상사람과 나눌 수 있는 통로가 다름 아닌 수필이었다는 것.
잘 알려진 수필가가 된 지금도 최 사장은 평소 좋아했던 박남훈 시인의 시 「모르겠네」 중 한 구절을 액자에 담아 사무실 한켠에 걸어놓고 있다. 「끊일 듯 다시 이어져오는 인연의 질긴 실오라기를 나는 모르겠다」라는 싯귀가 그에게 인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20년간 전자업계에서 익혔던 영업과 마케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IMF시대 직장인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경제에세이를 써달라는 모 출판사의 요청을 받았다』며 『올가을에는 다섯번째 수필집으로 독자들과 또다른 인연을 맺게 될 것 같다』며 소탈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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