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는 로봇들의 세상"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7월 9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화성에 착륙시킨 무인 탐사선 "마스 패스파인더스"에는 "소저너"라는 로봇이 실려있었다.

이 로봇은 깊이 65cm에 무게 또한 11kg에 불과할 정도로 소형이었지만 울통불퉁한 화성표면을 1초에 1cm 씩 움직이며 토양을 분석하고 사진을 찍어 지구로 전송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소저너가 약 2달 동안 화성에서 활동하면서 지구로 보낸 데이터 양만도 23억여 비트에 달한다.

또 16개의 바위 및 토양에 대한 분석자료와 사진 1만6천장을 전송함으로써 화성연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해 주었다.

마이크로 로봇에 의한 우주탐사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올해 7월 3일,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렸던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립과학관. 이번에는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7.5㎝인 로봇 3대가 한 팀을 이뤄 겨루는 「마이크로로봇 월드컵」이 열려 또 한번 전세계 로봇 및 축구팬들을 즐겁게 했다.

그동안 영화 및 소설 속에서나 접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돼 왔던 첨단 로봇을 이처럼 최근 세계 유수 연구기관에서 속속 개발,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앞으로 10년 안에 사람과 같이 두 발로 걸을 뿐만 아니라 연산, 학습 등 상당한 수준의 지능을 가진, 이른바 「휴먼로봇」의 개발도 실현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네 발로 걸어 다니는 로봇인 「센토」의 시제품을 제작했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경우 오는 2000년대 초까지 사람과 같이 두 발로 걸어다니면서 주위 환경변화를 스스로 파악, 작업방식을 자동 조절할 수 있는 「휴먼로봇」을 개발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등 국내에서도 지능형 로봇 개발의지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로봇이라는 용어는 체코의 희곡작가 카렐 차페크가 1920년 발표한 「로섬의 유니버설 로봇」이란 작품에서 처음으로 사용됐다. 로봇이란 「강제노동」을 뜻하는 체코어 「로보타」가 영어로 변한 말로 이 작품에서 로봇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사람보다 2배 이상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기계」로 묘사됐다.

그러나 실제 로봇의 개발은 그로부터 30년 정도 지난 50년대를 전후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지난 54년 미국인 조지 데볼이 「프로그램 가능한 장치」를 특허출원한 것을 계기로 61년 제너럴모터스사가 물건을 옮기는 작업에 산업용 로봇을 세계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 후 로봇의 개발은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지난 73년 미국 해군이 만든 무인탐사 로봇은 아일랜드 해안의 수심 4백20m에 침몰한 유인함수정에서 2명의 승무원을 구출했고 최근 미국 제트추진연구소가 개발한 「해즈봇」이란 로봇은 유독물질의 화학적 성분분석 등 사람이 할 수 없는 극한작업을 하는 데 투입되기도 했다.

90년대 들어 로봇의 개발은 소형화 측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크기가 10㎝ 정도인 소형 마이크로 로봇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고 2000년대 초까지 미크론 단위의 초소형 로봇이 개발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일본에서는 도쿄대 미우라 히로후미 교수가 날아다닐 수 있는 마이크로 벌레를 개발하고 있다. 그는 이 로봇 벌레를 응용하면 앞으로 온실 안에 있는 화초들의 인공 수분을 담당할 뿐 아니라 곡식에 기생하는 해충을 잡는 데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미국의 피스터 교수는 앞으로 몇 달 안에 자신이 고안한 부품들을 조립, 개미 크기의 인조벌레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도 있다.

이와 유사한 연구개발과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는 소식도 최근 「네이처」 「뉴 사이언티스트」 등 과학전문지 등에 잇따라 소개되고 있다.

독일 마이크로테크놀로지연구소(IMM)의 볼프강 에르펠트 박사가 최근 개발한 바나나 모양의 헬리콥터는 날개가 2개 달려 있으면서 그 무게가 0.5㎏에 지나지 않는 초소형이지만 날아오르는 시험비행까지 성공, 전세계의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초소형 마이크로 로봇이 앞으로 가장 큰 힘을 발휘할 분야로 의료계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미크론 단위의 마이크로 로봇이 개발되면 인체내 환부에 투입, 환부를 절개하지 않고도 수술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마이크로 로봇은 혈관 내에 투입,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혈진을 찾아 치료하고 피에 녹아 있는 노폐물을 제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의 임페리얼대학은 현재 전립선 수술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그레노블대학에서도 이비인후과의 수술용 로봇을 본격 개발하고 있다. 또 미국 IBM연구소에서는 엉덩이 뼈의 수술을 도와주는 로봇과 환자를 돌봐주는 간호용 로봇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마이크로 로봇은 또 원자력발전소, 유독물질을 다루는 화학공장, 우주탐사분야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투입돼 이들 시설의 유지, 보수작업을 전담하는 역할도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쯤 되면 늦어도 21세기 중반까지 로봇이 공장의 각종 자동화한 생산라인을 독차지하는 것은 물론 음식점에서 음식을 나르는 서비스 로봇, 심지어 전투용 로봇까지 등장, 「21세기는 바야흐로 로봇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차츰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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