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소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은 벤처기업이다.
지난해 미국의 벤처기업 투자액은 1백28억달러. 96년의 1백억달러보다 20%이상 늘어나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벤처기업들의 연구, 개발(R&D) 투자도 30%이상 증가했다. 이는 미국 5백대 기업의 평균 R&D 투자 증가율보다 3배나 많은 것이다.
벤처기업들은 또 최근 5년동안 평균 1천3백50만달러의 R&D 비용을 투자하면서 이 기간동안 16.5%의 1인당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역시 5백대 기업의 7.9%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때문에 미국 경제에 활기를 불어 넣고 성장을 주도하는 것은 벤처기업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정보 기술(IT) 분야 벤처기업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컴퓨터, 통신, 인터넷 등 IT 분야 벤처기업에 투자액이 85억달러로 지난해 전체 벤처기업 투자액의 2/3를 넘어선 것이 이를 반증한다.
지역적으로 보면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실리콘밸리가 이들 첨단 벤처기업의 요람으로 자리잡고 있다. 실리콘밸리에는 7천여개의 벤처기업이 있으며 미국 전체 벤처기업 투자액의 30∼40%가량이 이곳에 있는 업체에 집중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역사는 지난 30년대 후반 스탠퍼드 대학 출신의 윌리엄 휴렛과 데이비드 패커드라는 두 젊은이가 오늘날 벤처기업의 효시가 된 휴렛패커드라는 회사를 모교 근처에 차리면서 시작됐다. 이후 성공을 꿈꾸는 패기에 찬 젊은 창업자들이 대거 이 부근에 몰려들면서 「황금알」을 낳는다는 실리콘밸리의 역사가 이어져 오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명의 백만장자가 생겨난다는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일으켜 세계 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만해도 휴렛패커드를 위시해 인텔,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애플컴퓨터, 시스코시스템스, 오라클, 넷스케이프 등 부지기수.
이처럼 오늘날 세계 IT 산업을 이끌고 있는 상당수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으로 출발했다는 사실은 지금도 미국은 물론 세계의 많은 젊은이들을 벤처의 물결로 뛰어들게 하는 강력한 힘이 돼 왔다.
실리콘밸리의 성공 사례는 또 미국의 다른 지역과 세계 여러나라의 모방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터먼 교수가 텍서스주 등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 제2의 실리콘밸리를 구축하려한 시도가 실패한 것에서 보듯이 실리콘밸리의 성공을 재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실리콘밸리의 성공과 이를 모방했던 다른 지역의 실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민간 중심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 차원의 각종 규제가 혁파돼야 함은 물론이다.
영국의 케임브리지 과학단지가 80년대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기업 풍토를 극복하지 못해 실패한 사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실리콘밸리가 스탠퍼드 대학 없이는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에서 알 수 있듯이 강력한 산, 학 협동체계와 엔지니어를 비롯한 다양한 인력풀을 구축하는 노력에 정부와 민간의 참여가 요청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아이디어의 실용화 등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요소는 철저히 기업 자신의 몫으로 남겨 놓고 정부의 간여를 최소화해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들은 바로 이같은 토양에서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향유하면서 대기업이 담당하지 못하는 영역의 기술 개발을 통해 새로운 신화 창조에 끝없이 도전하고 있다.
<오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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