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壬永 순천향대학교 컴퓨터학부 교수
네트워크 기술이 발전하고 컴퓨터의 보급이 확산됨에 따라 인터넷이라는 오픈 네트워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은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에 접속할 수 있다는 속성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특징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나뉘어 있는 우리의 생활패턴을 바꿔놓고 있다. 즉 지역간, 국가간의 정보교류가 확산됨에 따라 경제활동 및 사회활동 범위도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경제 분야라 할 수 있다. 선진 각국에서는 인터넷을 단순히 정보교류의 대상에서 이제는 비즈니스가 가능한 하나의 새로운 시장으로 인식, 각종 상거래 시스템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은 낯설게 느껴지지만 전자상거래(Electronic Commerce), 전자화폐(Electronic Cash), 사이버 뱅킹(Cyber Banking) 등과 같은 서비스도 이러한 맥락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다가오는 21세기 정보시대에서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서비스로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따라서 직접 상점에 가지 않고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를 이용해 원하는 상품을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자지갑에서 전자화폐를 꺼내 대금을 지불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전자화폐란 무엇인가. 전자화폐는 「Cyber Cash」 「Electronic Money(Cash)」 「Virtual Currency」 등 여러 가지로 불리고 있다. 어디까지를 전자화폐의 범주로 생각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아직 내려져 있지 않지만 현재의 화폐를 그대로 디지털화한 것, 즉 지불정보, 신용정보, 융자정보, 통화사용정보, 예금정보 등과 같은 통화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디지털 데이터화한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이러한 전자화폐는 다가오는 21세기에 기존 상거래 시스템을 대체할 전자상거래에서 새로운 대금지불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다. 또한 현재 사용되고 있는 화폐는 위조, 도난 등의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지폐와 동전의 훼손으로 인한 재발행 비용 및 운송문제 등 현재의 화폐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반면에 현금이나 수표를 대신한 디지털 지불매체로서 사용될 전자화폐는 새로운 통화 시스템으로서 통화혁명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전자화폐는 디지털 데이터로서 여러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화폐 발행자 측면에서는 정보의 가공이 용이해 전자화폐의 발행이나 운용에 있어서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사용자 측면에서는 도난 및 분실의 위험이 감소하며, 지폐나 동전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불편을 덜어주는 편리성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기존 화폐가 가지지 못하는 화폐의 분할성과 위조방지, 돈세탁의 문제 등도 해결할 수 있다.
이렇듯이 물물교환시대를 지나 조개껍질이나 금 등을 화폐로서 사용하던 고대에서 종이를 이용해 지폐를 만들어 사용하는 현재까지 발달해온 화폐제도는 신용카드를 거쳐 제3의 통화혁명으로 불리는 전자화폐로 그 모습을 달리하고 있다.
이러한 전자화폐는 디지털화돼 있기 때문에 현재 폭넓은 인기를 누리는 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각국에 있는 상품을 구입하고 그 대금의 지불이 가능하다. 또한 회사에서 받는 봉급이나 아이들에게 주는 용돈 그리고 각종 세금의 납부에 이르기까지 전자화폐는 디지털 데이터 형태로 주고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의 신용카드나 직불카드 등은 전자화폐의 초기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전자화폐는 개인의 신용정보를 함께 수록할 수 있는 IC카드 형태의 지불방식과 네트워크 형태의 지불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IC카드 형태의 전자지갑은 상점, 은행, 공중전화, 버스, 지하철 등과 같은 곳에서 대금을 지불할 수 있으며 휴대하기가 간편하고 폭넓은 응용이 가능하다. 이 방식은 주로 유럽에서 많이 개발되고 있는데, 이는 네트워크 통신비용이 비싸고 카드의 부정사용 방지를 위해 일찌감치 IC카드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 IC카드 기술이 앞서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네트워크에서 사용되는 전자지갑은 소프트웨어 형태로 구성돼 휴대성이 없는 반면에 네트워크 상에서 원거리에 떨어진 곳에서 상품을 구입하고 그 대금을 지불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지니고 있어 네트워크 등을 통한 전자상거래 구현시 지불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렇듯 기존 화폐가 가지고 있는 비효율성과 안전성 문제, 사용상의 불편함, 나아가 상거래 시스템의 변화 등으로 실물화폐의 퇴조를 서서히 우리 주위에서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선진 각국에서는 이러한 정보화 추세를 반영해 오래 전부터 전자화폐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은행과 같은 기관들에서는 사이버 뱅크를 개설해 실질적인 전자화폐를 취급하고자 하고 있다. 이제 정보 시스템의 변화는 단순히 정보전달의 변화뿐만 아니라 경제 시스템의 중추인 통화 시스템의 변화에까지 그 영향력이 미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필연적으로 우리의 눈앞에 다가올 것이다.
이러한 경쟁에서 뒤지는 국가는 곧 국가 경쟁력의 상실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제 전자화폐 문제는 선택이 아닌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필수요건으로 등장했다. 따라서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연구, 개발 및 투자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또 전자화폐 기술 및 제반 여건의 조기 확보를 위해 정부를 비롯한 산, 학, 연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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