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 에어컨 국내생산 난항

대우전자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에어컨사업이 시작단계부터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대우전자는 오는 2001년까지로 돼있는 미 캐리어와 합작관계를 청산하고 독자적인 에어컨사업에 나선다는 계획 아래 최근 두원냉기의 패키지에어컨사업을 전격 인수하는 등 에어컨사업을 위한 발빠른 준비를 추진해왔다. 지금까지 OEM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소극적인 사업방식에서 자체 생산기반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대우전자의 의욕이 합작회사인 캐리어와 계약으로 인해 자칫 한풀 꺾일 상황을 맞고 있다.

대우전자와 캐리어가 국내 합작회사인 대우캐리어를 설립할 당시 에어컨 생산은 대우캐리어가 전담하고 대우전자는 룸에어컨만 국내 시장에 판매한다는 내용의 합작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캐리어측이 대우전자의 두원냉기 인수와 관련, 국내에서 자체 생산을 못하도록 규정한 계약을 위반했다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져 대우전자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대우전자는 에어컨 생산이 올초 대우캐리어와 맺은 협정에 따른 것으로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주장하고 당초 계획대로 에어컨 생산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대우전자와 대우캐리어의 협정은 각사가 오는 2001년까지 서로 독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하고 그동안 대우전자만이 판매할 수 있었던 룸에어컨을 대우캐리어가 자체적으로도 판매하고 대우전자는 자체브랜드의 에어컨사업에 나선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대우전자의 에어컨 생산에 대한 캐리어측의 항의는 대우전자와 대우캐리어간 합의가 캐리어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계약자체가 무효라는 데서 출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캐리어의 이같은 불만은 대우전자와 합작관계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대우전자측은 올초 미 캐리어에 대우캐리어에 대한 잔여지분(15%)을 매입해줄 것을 요구했다가 캐리어가 시가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터무니없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바람에 무산된 바 있다고 밝히고 있어 이같은 해석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대우전자가 두원냉기의 에어컨사업을 인수, 국내공장을 확보하고도 당분간 국내공장을 해외공장 지원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도 사실은 이같은 캐리어측의 반발을 염려한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우캐리어 지분을 무려 85%나 갖고 있는 캐리어가 대우전자와 대우캐리어간에 합의한 내용을 모른 체하고 원칙만을 고수할 경우 당장 에어컨사업을 시작하려는 대우전자에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캐리어로서도 무조건 대우전자의 독자적인 에어컨사업을 막을 수는 없는 입장이다. 아직은 대우캐리어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한 대우전자의 판매비중이 높은데다 대우캐리어가 자생할 수 있는 판매망을 구축하기까지는 대우전자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대우전자와 캐리어간의 합작관계 청산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또한 대우전자는 언제쯤 국내에서 에어컨 생산을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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