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 마이크로 로봇의 세계

朴鍾午

78년 연세대 기계공학과 졸업

81년 한국과학기술원 공학석사

82∼87년 독일 생산기술 및 자동화연구소 객원연구원

87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대학교 공학박사

87∼91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91년∼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기술은 진보한다. 기술은 혁명이 아니라 항상 현재의 기반을 바탕으로 발전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기술은 사회의 요구 강도에 정확히 비례하여 발전한다. 때문에 시기에 따라, 사회의 요구 정도에 따라 각광받고 있는 기술들이 명멸하고 있는 것이다. 90년대 들어 각광받고 있는 새로운 기술 분야중 하나가 마이크로시스템이다. 이 분야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기존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새로운 고부가가치 분야가 열리고 있다.

마이크로시스템은 반도체 제조 기술과 정밀가공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점차 구체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핵심 구성요소로는 구동장치, 센서 그리고 해당공정에 맞는 기구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마이크로 로봇은 일단 크기가 ㎜ 범주 또는 그 이하에 있으면서 기구부, 구동부, 센서 그리고 정보통신 기능들을 자체적으로 갖추고 나름대로 일련의 작업을 유연하게 할 수 있는 마이크로시스템을 일반적으로 마이크로 로봇이라 말할 수 있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노동력이 아닌 고부가가치 산업이 각광을 받고 이러한 산업에서의 작업 효율화를 고려하면서 마이크로 로봇의 수요가 서서히 부각되기 시작했다. 예컨대 사람이 들어가서 작업하기 힘든 하수도 청소작업을 위한 로봇은 몇십 ㎝이다. 이 로봇을 이제는 하수도 대신 인체 내장속을 돌아다니면서 진단하고 치료작업을 하는 로봇으로 할 경우 기존 로봇을 치수만 ㎜ 단위로 축소하면 가능하다. 이미 여러 연구기관에서는 이처럼 기존 로봇을 비례적으로 크기만 축소하여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만일 심장 주위에 있는 관상맥에 노폐물이 쌓여 생기는 심장병을 고치기 위해 기존 외부에서 카테터라고 하는 긴 와이어를 집어넣어 수술하는 대신 로봇 크기를 더욱 줄인 마이크로 로봇(Micro ship)을 직접 파견하여 수술한다면 어떨까. 이럴 경우에는 절대적인 요건이 로봇 직경이 3.5㎜ 미만이 되어야만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구체적인 경우를 염두에 두고 마이크로 로봇의 의미와 필요기술들을 고려할 때 그 추상적인 개념은 보다 가시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일반적인 마이크로 시스템에서 작업 대상의 크기는 1백㎛에서 1㎜ 범위가 14%, 1㎜에서 10㎜ 범위가 약 55% 정도라는 통계자료가 있다. 대상체의 크기가 1㎜이하 일 경우에는 기존의 거시적인 세계와는 전혀 다른 특성이 지배하는 세계가 열린다. 서로 작용하고 있는 여러 가지 힘들중 대상체의 자체 하중에 의한 중력과 표면특성에 따른 표면력(정전기력, 반데르발스력)이 주된 역할을 하는데 대상체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표면력보다 중력의 크기가 더 급속히 감소한다. 결국 마이크로 세계에서는 표면력이 지배하게 되어 기존의 중력 위주의 거시적인 사고 방식으로는 시스템 해석 및 작동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결국 마이크로 로봇의 작동원리는 새로운 관점에서 도출되어야지 단순히 기계적으로 축소만 할 경우 실제 작동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우선 로봇의 손을 예로 들어 본다. 미세한 부품을 잡기 위한 로봇 그리퍼, 즉 손가락의 형태는 어떤 모양으로 되어야 하는지 살펴보자.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무게나 형상을 고려해 만들지만 미세한 대상물은 로봇 손에 원하는대로 잡히지 않고 표면력 때문에 인접물체 또는 로봇 손에 그냥 붙어버려 위치 정밀도는 커녕 작동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새로운 관점에서 로봇 손은 현재 여러 가지 방식들이 개발되어 있다. 온도차에 따라 길이가 변화하는 형상기억합금 방식, 정전기 원리를 이용한 정전기 방식, 그리고 액체의 표면력을 이용한 점착식 등이 있다.

점착식의 예를 들어보면 로봇 손가락 끝에 알코올을 공급하면 대상체는 알코올의 표면력에 의해 부착되고 액체 특성, 즉 표면장력에 의해 위치까지 정확히 유지된다. 대상체를 목표지점에 까지 가져와서 로봇손에 미세 열을 가하면 알코올은 기화되어 대상체는 탈착되고 흔적도 남지 않는다.

마이크로 로봇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구성요소로는 우선 마이크로 구동부를 들 수 있다. 마이크로 전동모터, 형상기억합금 구동부, 마이크로 펌프 등이 우선적으로 세계 여러 연구기관에서 개발하고 있고 또 상품화도 진행되고 있다. 마이크로 펌프는 단순한 미소 액체 공급차원을 넘어서 마이크로 로봇이 환자의 환부에 직접 도달하여 필요량 만큼만 정밀 공급할 경우 필수적이며 또 환자의 체액 체취에도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마이크로 펌프는 주로 의료업체의 필요에 의해 이미 개발되거나 사용되고 있다.

마이크로 전동모터도 핵심구동 요소로서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독일의 IMM이 개발한 전동 모터는 직경 1.9㎜ 이며 심장 카테터나 기타 디스플레이 구동부 등에 활용 가능하다. 이미 여러 연구기관에서 개발하고 있으며 제조공정은 대부분 비슷해 보인다. IMM에서는 이 전동모터를 사용하여 세계에서 가장 작은 헬리콥터를 개발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헬리콥터는 길이 24㎜, 무게 0.4이다.

이같은 기술은 단순한 장난감의 범주를 넘어 매우 흥미로운 확장이 가능함을 말해준다. 예를 들어 현재 곤충의 기능을 그대로 살리면서 조종자의 뜻대로 활용코자 하는 실제 곤충로봇은 적군 진지에 깊숙히 침투시켜 적군 동향 모니터링에 활용할 경우 그 기대효과는 대단할 수 있다. 이러한 핵심 마이크로 구동장치들은 다방면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벤처회사 형식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 같이 구동부에 들어가는 다양한 기계 부품들은 정밀 레이저 가공, 마이크로 가공 공정, 와이어 방전 공정, 마이크로 전기도금 방식인 LIGA 공정 또는 마이크로 사출성형 공정으로 제조할 수 있다. 이밖에 형상기억합금의 특성을 이용한 구동부는 일본 및 이태리 등에서 연구 개발하고 있다.

마이크로 로봇의 구체적인 응용 예를 들어보자. 현미경과 함께 작업하는 마이크로 로봇 시스템을 개발하는 MINIMAN 프로젝트는 유럽전략 프로그램인 ESPRIT 과제중의 하나 (과제번호 23915)로 수행됐다. 참여 국가로는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및 영국 산학연이 참여했다. 마이크로 로봇이 시편을 잡고 작업자가 원하는 대로 시편을 10m까지 정밀하게 이동시켜 작업을 할 수 있고 로봇 최대 이동속도는 초당 30㎜이다. 카메라 비전 인식 기능과 로봇 이동기능이 연계돼 제어가 가능하다. 로봇 손으로서 개발된 기능들은 바늘, 피펫, 가열기, 전기 계측기와 바이오센서 등이다. 구체적인 적용분야는 단순한 시편 정밀이동 외에 초정밀분야인 ㎛단위인 생체 환경에서 마이크로 효소전극의 정밀 삽입에 활용되고 있다. 또는 확대할 경우 유전자 취급공정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이 로봇의 운동은 전압에 따라 미세 변형이 생기는 압전소자 원리를 이용하고 있다. 압전소자 구동방식은 정밀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정밀제어 분야에서 이미 많이 활용되고 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사례는 유럽 BRITE-EURAM 프로그램으로 개발된 마이크로 수술 로봇을 들 수 있다. 이탈리아 SSS와 유럽 여러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개발한 이 로봇은 인체 내장을 주행하면서 진단과 간단한 치료를 수행할 수 있다. 형상기억합금과 공압을 구동부로 하고 있는데 우선 마이크로 로봇은 모선과 마이크로 팔로 구성되어 있다. 모선은 자벌레가 움직이듯 앞뒤 끝이 교대로 부풀어올라 내장에 고정되면서 중간이 신축을 반복하여 이동하게 한 방식이며 형상기억합금으로 구동되는 공압 마이크로 밸브가 사용되고 있다. 마이크로 팔은 진단 및 수술도구를 장착하게 되는데 이 부분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초기 모델은 직경 18㎜ 신축 길이 80/50㎜ 이며 맨인 머신인터페이스(Man/Machine Interface)에 의해 조종된다. 마이크로 로봇과 조종시스템간은 유선으로 연결돼 있으며 이 부분은 오히려 전체 개발시스템의 의의를 축소시키고 있어 기존 엔도스코피 방식과의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마이크로 로봇의 구성요소 중에서 일반적으로 간과하고 있는 또 다른 주요 기능은 로봇의 에너지 공급원이다. 외부에 있다면 기존 방식으로 외부에서 전기와 같은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나 가령 인체 혈관속에서 작업을 할 경우 에너지원을 마이크로 로봇이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마이크로 로봇 개발 의미 자체를 상실할 수 있다.

적용 분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가령 인체 내에서 사용할 경우 다음과 같은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인간의 피 속에는 일정한 혈당을 유지시키는 메커니즘이 있는데 혈당은 피에 있는 포도당(글루코스)으로서 곰팡이에 있는 포도당 산화효소(Glucose oxidase)와 반응하면 분자당 전자 2개를 방출하고 글루콘산(Gluconate)으로 산화한다. 이 반응을 이용하면 인체 내에서 직접 에너지를 흡수해 인체 내의 로봇을 구동시킬 수 있는 배터리, 즉 에너지원을 만들 수 있다. 다시말해 포도당 산화효소를 매개체와 함께 미세 칩 속의 전극에 부착하여 혈관속에 넣으면 방출된 전자가 축전지를 충전시켜 인체 효소 연료전지 역할을 하게 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김병홍 책임연구원은 『세계적으로는 일본 동경대학의 가루베 교수와 영국 크랜필드 대학의 터너 교수가 주도적으로 이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고 국내 대학에서 일부 기초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 같은 효소전지 요소는 매우 미세하게 중첩시켜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원 확보가 가능하다.

마이크로 로봇은 우선 태생 배경이 고부가가치 시장의 수요에 의해 시작됐다는 점에서 기술개발의 당위성을 높혀주고 있고 향후 그 추세는 더욱 강해지리라 생각된다. 또 이러한 시장을 겨냥한 지적 재산권의 확보를 위해 무엇보다도 선제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향후 기술 확보국에의 예속화를 피할 수 없다. 이러한 구체적인 예속 실례를 반도체 제조장비 시장의 국내 제조업체 참여 지분율에서 볼 수도 있다. 이러한 국가적인 손실을 피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이에 대해 단순한 흥미 차원을 넘어서 이익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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