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은 오늘날 의료용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지만, 우주에도 X선을 내뿜는 별이 있다. 그런데 X선은 지구의 대기를 뚫지 못하기 때문에, X선 별을 관측하려면 특수한 망원경을 인공위성에 달아서 우주공간으로 쏘아올려야 한다.
최초의 X선 관측위성인 우후루(스와힐리어로 「자유」라는 뜻)는 1971년에 이상한 별을 하나 발견했다. 백조자리에서 X선 별이 관측되었는데, 놀랍게도 1초 동안에 1천 번이나 깜박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왜 깜박거리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그 명멸 속도를 바탕으로 별의 크기가 계산되었다. 빛의 속도는 불변이고 그보다 빠른 운동은 있을 수 없으므로 1초에 1천번 명멸하는 천체의 지름은 광속(30만Km)의 1천분의 1보다 작은 것이다. 따라서 그 별의 지름은 3백Km이하라는 계산이 나왔다.
이 정도 크기라면 소행성 정도밖에 안 된다. 지름이 3천6백Km인 달보다 훨씬 작다. 태양계 안의 소행성 중에도 이보다 큰 것이 3개는 있다. 이렇게 작은 것이 까마득하게 먼 곳에 있으면서도 지구에서 관측이 될 만큼 강렬한 X선을 내뿜고 있다. 도대체 그 정체가 뭘까?
이 X선 별이 있는 자리에는 일반 광학 망원경으로도 관측되는 거대한 별이 또 하나 있다. 태양보다 훨씬 크고 뜨거운 이른바 「초거성」인데, 이 별의 운동을 유심히 관찰해 본 결과 비틀거리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비틀거리는 이유는 주변에 엄청난 인력을 지닌 천체가 있어서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계산결과 이 엄청난 인력을 지닌 천체는 태양보다 질량이 10배는 더 나가는 것으로 나왔다. 즉, 그 정체불명의 X선 별이 바로 엄청난 인력을 지닌 것이며, 놀랍게도 태양보다 10배나 더 무거운 것이다.
지름이 3백Km밖에 안 되면서 질량은 태양보다 10배나 더 무거운 별. 이런 별은 「블랙홀」밖에 없다. X선은 이 블랙홀이 이웃 초거성의 물질들을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설명이 된다.
블랙홀은 별의 일생중에서 가장 극적인 종말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대개 별들은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다가 에너지가 고갈되면 최후의 자체 붕괴와 대폭발을 거쳐 볼품없는 난쟁이별(왜성)이나 중성자성이 된다. 그런데 원래부터 별의 크기가 엄청나게 컸을 경우에는 자체 붕괴의 압력이 초고밀도 수축을 낳으면서 상상도 못할 강한 인력이 발생하게 된다.
지구의 인력을 1이라고 했을때, 이보다 10억 배 정도 강한 인력은 빛도 끌어당기게 된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강력한 인력이 작용하면 빛은 물론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을 빨아들이는 검은 구멍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블랙홀이다.
현재까지 블랙홀로 추정되는 천체는 여러 개가 발견되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해서 블랙홀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가설에 불과하다. 다만 이론적으로 따져 본 결과 거의 틀림없는 사실이라 생각되는 것이다.
블랙홀은 그 특이한 성질 때문에 수많은 상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를테면 「그 안으로 빨려들어갈 경우 우주의 다른 곳으로 나오게 되는 일종의 지름길이 된다」라는 가설이 있다. 뭐든지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있다면 그것들을 쏟아내는 화이트홀도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또 블랙홀에 접근하되 그 안으로 빨려들어갈 만큼 가까이 가지만 않으면 그 무한한 에너지를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도 뒤틀려져 버리기 때문에 시간 여행을 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가설들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상상으로만 그칠 수 밖에 없다. 블랙홀까지 갈 수 있는 과학기술은 아득히 먼 미래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상준(과학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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