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당시 독일이 6주만에 프랑스 파리를 점령할 수 있었던 것은 독일 고속도로 아우토반을 통한 전격전(blitzkrieg)과 우수한 독일군의 전투력이 원동력이 됐다. 즉 독일은 전격전이라는 「속도」와 전투력이라는 「내용」에서 프랑스를 제압했다.
속도와 내용은 현재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에게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경쟁사보다 빠른 속도의 인터넷 서비스와 다양한 내용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인터넷 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한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세계 최대 PC통신사업자인 아메리카온라인(AOL)은 속도와 콘텐츠 양면에서 각각 AT&T와 월트 디즈니로부터 도전 받고 있다.
지난달 미 장거리 전화사업자인 AT&T는 케이블TV사업자 TCI를 인수, 초고속 인터넷 사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특히 AT&T는 현재의 인터넷보다 1백배 빠른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및 인터넷 부가 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최근 가입자 증가로 인해 인터넷 접속 속도가 늦어져 「AMERICA ON WAIT(미국에서 가장 느린 ISP)」라는 오명을 듣고 있는 AOL에게는 AT&T의 초고속 인터넷 사업이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AOL의 스티브 케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이 인수 발표가 있은 직후 AT&T에게 케이블망을 포함한 인터넷 백본망을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AT&T는 앞으로 인터넷 사업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AOL과의 제휴에 나서기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미디어 재벌 월트 디즈니가 인터넷 검색 업체인 인포식 주식을 매입, 본격적으로 인터넷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 계획을 지난달에 발표했다.
특히 디즈니는 인포식의 검색 서비스 외에 계열사인 ABC뉴스를 통한 뉴스 서비스, ESPN을 통한 스포츠 서비스, 아동 서비스인 「블라스트 온라인」 등 다양한 인터넷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어 디즈니의 인터넷 콘텐츠 사업 진출은 AOL의 인터넷 사업에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
2차 대전 당시 프랑스가 제 3제국 독일로부터 전격전과 전투력에 도전 받았듯이 현재 AOL은 전화사업자,미디어 그룹이라는 제 3의 업체들로부터 속도와 콘텐츠에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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