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PC애프터마켓] "불황이 좋다" 特需 휘파람

「PC 애프터마켓을 잡아라.」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PC 애프터마켓이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애프터 마켓은 제조업체의 신제품 판매 이후에 일어나는 부수적인 시장을 말한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유지보수서비스, 중고판매 및 물물교환, 각종 소모품 판매 등을 들 수 있다.

오래 전부터 형성된 시장이지만 국가 경제가 어려워지며 신제품 판매는 급격히 줄어든 대신에 애프터마켓에서 이뤄지는 거래가 최근 들어 오히려 활기를 띠고 있다. 소비자들이 워낙 내핍생활을 강조하다 보니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 쓴다는 이른바 「아나바다」 개념의 중고PC와 업그레이드PC 시장이 각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최근 새로운 유망사업으로 떠오른 PC 애프터 마켓의 현황을 살펴본다.

최근 경기불황으로 소비자들은 가계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데 커다란 관심을 두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가계 수입이 턱없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부분 가정이 소비를 줄이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기업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마저 불안한 상황이니 가정경제가 급격히 위축되는 현상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가계 소비지출 감소현상은 PC시장에도 커다란 영향을 줘 올 상반기 PC시장의 전체 매출이 지난해보다 약 30∼40% 감소한 것으로 관련업계에서는 예측하고 있다. 한동안 성장산업의 대명사처럼 인식되던 PC시장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경기후퇴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하지만 수입이 아무리 줄어들더라도 소비활동 자체를 완전히 중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에 따라 최근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가 바로 중고다. 호황기 같으면 관심도 갖지 않던 중고PC와 PC 업그레이드가 일반가정은 물론 기업에서까지 관심을 갖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물론 중고PC와 업그레이드, 보상교환판매 등이 IMF체제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PC통신망이나 용산전자상가 등을 통해 심심치 않게 거래가 있었지만 올해처럼 급격히 수요가 증가하며 전문업체까지 등장할 정도로 사상 유례없는 특수를 누리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발표한 국내 중고PC 시장규모는 96년도 63만대, 97년도 1백만대로 신제품 시장의 절반 수준.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 시장이 올해 1백20만대 규모로 까지 성장해 국내 제조업체들이 내놓고 있는 신제품 시장과 비슷한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고PC 시장의 성장세와 신제품 시장의 위축세가 서로 대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PC 시장은 지난해 연말 국가경제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하며 오히려 고속 성장세를 탄 대표적인 분야다. PC를 꼭 사야하는데 자금이 부족한 사람들이 중고PC로 몰렸기 때문이다. CC마트는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선인상가와 관광터미널 상가에 매장을 운영하는 조그만 중고PC 유통업체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을 즈음해 경기가 갑자기 추락하면서 부터 중고PC의 수요가 급증하며 매출이 가파른 성장세를 탔다. 이 회사는 최근 매출 신장세에 힘입어 4년전 창업 첫해 2억원 정도이던 매출액이 올해는 2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거의 전무하던 가맹점이 7월 현재 2백20여개로 늘어났다. IMF 이후 급격히 늘어난 명퇴자와 실직자들이 중고PC 유통을 별다른 경험이 없어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사업으로 생각해 창업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통신프리텔 대리점으로 처음 사업을 시작한 웰던상사는 올 6월 주력업종을 중고PC 판매로 전환하며 중고PC 매입, 임대, 애프터서비스 등으로 사업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선발업체인 CC마트가 꾸준한 성장세를 타는 모습을 보며 시장성을 확인한 것이다. 사업 착수 1개월 만에 전국에 30여개 가맹점을 모집할 정도로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고컴퓨터 판매 못지않게 최근 경기불황기에 각광받는 분야가 컴퓨터 애프터서비스(AS)와 업그레이드 사업이다. 대형 컴퓨터업체의 잇단 부도로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곳이 없어진 소비자들이 많아진 데다 신제품 구매여력이 없는 사용자의 PC의 기능을 향상시켜 주는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통해 알찬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컴퓨터서비스 전문업체로 출범한 서비스뱅크는 전국에 80여개의 AS센터를 구축해 전국 어디서나 전화 한통화로 서비스 현장에 즉각 출동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 놓고 있다. 이 회사가 주력하고 있는 사업분야는 올 초 컴팩, 후지쯔, 한국휴렛팩커드 등 10여개 업체와 계약한 AS 대행사업 및 회원제 중심으로 운영되는 개인대상 PC AS 등이다. 이 회사는 올해 전국을 순회하며 연중 무료 업그레이드 상담 행사를 개최해 전국에 약 4만여명의 서비스 회원을 모집할 정도로 순조로운 사업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최초로 컴퓨터 AS분야를 사업화한 911컴퓨터는 일산과 용산의 직영점과 전국 50여개 가맹점을 통해 전국 어디에서나 24시간 서비스 요구를 처리해 준다는 점을 여타 경쟁업체와 차별화된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이 회사 체인점들은 지역별로 편차는 있지만 하루 평균 4∼5건의 컴퓨터 AS 요구를 처리해 월 3백여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업그레이드 분야도 컴퓨터 AS업체들이 주로 공략하는 시장이다. 수요계층이 비슷한 데다 AS를 의뢰한 사람들이 서비스요원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업그레이드에 대한 상담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업그레이드는 서비스요원의 기술력에 더해 중앙처리장치(CPU), 메모리, VGA카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등 하드웨어를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 서비스작업 보다도 수익성도 양호한 편이다. 또 소비자 입장에서도 업그레이드 비용이 신제품을 사는 것보다 저렴한 데다 서비스 요원을 통해 업그레이드를 받기 때문에 AS에 대한 불안감이 없어 선호도도 높은 편이다.

최근 중고PC와 컴퓨터사업이 활기를 띠며 CC마트, 911컴퓨터 등 업체들은 우리와 문화환경과 경제여건이 비슷한 중국과 동남아 등지 등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국내 PC시장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그대로 적용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CC마트는 빠르면 올 8월께 중국 북경과 연길시에 현지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며 911컴퓨터는 현재 심천 지역을 대상으로 시장조사를 진행중이다.

<함종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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