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영화)자료의 가치 및 보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부족이 한국 영상산업의 발전토대를 빈약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영화업계를 중심으로 강하게 일고 있다. 1936년 프랑스에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를 설립해 영화(필름)보존의 표본을 제시한 앙리 랑글루아가 말한 『가리지 않고 수집하되 평가는 후대에 맡긴다』는 교훈을 되새길 때라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영화제작 59주년을 기념해 재개봉됐다. 색채보정 및 화면크기 복원작업을 거친 이 영화는 미국 내 2백14개 상영관에서 재개봉돼 첫 주말에만 2백14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 1939년 영화가 개봉된 이래로 약 1억9천3백만달러의 입장료 수입을 거뒀고, 4시간에 가까운 상영시간으로 하루 2회 정도밖에 상영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크린당 평균 5천6백달러의 수익률을 보이며 총수익을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미국은 「카사블랑카」와 같은 흑백영화에 색(Color)을 입히고 디지털 복원작업을 통해 영화를 업그레이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미국과 같은 영화복원이나 재상영이 이루어진 사례가 없다. 영화복원에 대한 관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사실은 영화가 제대로 보존되지 않아 시도조차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만희 감독의 「만추」(66년)의 네거티브 필름원판과 프린트가 사라졌고 김기영 감독의 「고려장」(63년), 김수용 감독의 「저 하늘에도 슬픔이」(65년)도 필름이 없다. 국경일에 어린이를 위한 TV프로그램으로 편성할 만한 극장용 국산 애니메이션인 김청기 감독의 「로보트 태권V」(76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심지어 임권택 감독의 81년작 「만다라」도 네거티브 필름원판이 훼손돼버렸다.
현재 국내에서 영상자료를 수집, 보관하는 곳은 한국영상자료원 뿐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지난 74년 필름보관소로 출발해, 현재 예술의 전당 한 구석 1백90평의 공간에 △극영화 네거티브 원판필름 3천90여편 △프린트 3천5백여벌을 보유하고 있다. 그나마 원판들은 프린트를 뜰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된 경우가 많다. 공간이 열악하고 옛 영화를 복원, 발굴하기 위한 예산도 부족한 실정이다.
프랑스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약 2만2천편의 필름과 1백만종의 시나리오를 보유하고 있고, 35년 설립된 영국영화학회(BFI) 산하 국립영화보관소가 영국에서 제작된 영화의 79%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빈약하다 못해 부끄러운 수준이다.
지난 30년대 초 선보였던 국내 첫 장편 극(무성)영화인 춘사 나운규의 「아리랑」은 일본인(아베 요시시게)의 손에 들어가 있고, 작년 말에는 러시아국립영화보관소에서 1937년작인 「심청전」이 발굴되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질 정도다.
1392년 개국한 조선은 5백여년에 걸쳐 한문원본 1천8백93권, 8백88책 및 국역본 4백13권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조선왕조실록을 기록, 보존했다. 조선왕조실록은 왕조차 손댈 수 없었고, 수 차례의 외침 속에서도 보존됐다. 우리 민족이 얼마나 기록, 보존의 중요하게 여겼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그런데 영화인들은 단 반세기에 불과한 한국영화들이 대부분 소실되도록 방조, 후손들에게 낯 부끄러울 일을 했다.
미국은 지난 88년 국가필름보존법을 제정, 매년 25편의 영화를 국가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하고 있다. 한국은 다만 현 영화진흥법 상에 개봉영화의 프린트 1벌을 한국영상자료원에 납본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 차원의 보다 현실적이고 총체적인 영상자료 발굴, 복원, 보존책 마련이 절실하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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